- 의사처방 없이 지인에 주사 투약
- “지위 이용해 개인 편의 얻은 것”
- 부산경찰청, 공무원 171명 입건
- 국립의료원에서도 103명 적발
“독감백신 7개 갖다주세요. 엄마한테 갈 거라 동생네 주게요.” “개인적으로 장티푸스(약이) 필요합니다.”
부산 보건소 공무원들이 의약품 도매업체 직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간호직 공무원 수백 명이 신분을 이용해 백신이나 철분제 등의 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개인적으로 구매한 뒤 의사 처방 없이 가족과 지인에게 투여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보건당국은 “오랜 관행”이라며 항변하지만, 공중 보건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의 자세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인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약품 도매업체에서 헐값에 독감백신 같은 전문 의약품을 사들인 뒤 지인에게 투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부산시 산하 보건소 현직 간호공무원 1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부산시 산하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420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일반 병·의원 소속 간호사 203명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보건소 간호사들은 2013~2017년 의약품을 보건소에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로부터 독감이나 장티푸스 예방백신, 철분제, 금연보조제 등을 시중가의 3분의 1 가격에 개인적으로 사들인 뒤 가족이나 지인에게 주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중 병원에서 3만~4만 원에 투여받을 수 있는 독감 예방백신을 1만 원 초반대에 구매했다.
의료법에 따라 간호사가 의사 처방이 없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주사 투여 행위 등을 할 수가 없다. 일부 보건소 간호사는 50개가 넘는 백신을 한꺼번에 구매한 뒤 필요한 동료 직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의료 수사 전문팀인 광수대 조직범죄4팀 이태원 팀장은 “신종플루 창궐이나 판데믹(pandemic·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닥치면 백신 부족 현상이 빚어지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시민을 먼저 돌봐야 할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의약품을 먼저 빼돌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들 간호사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편의를 받으려 한 것이 ‘보건 적폐’에 해당한다며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주사 등의 의료행위는 체계적인 환경이 갖춰진 병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의료기관에 어떤 처방이 내려졌다는 흔적도 남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직원 103명이 4만 원에 거래되는 독감백신을 개당 1만5000원을 주고 550개를 사들여 나눠 가졌고 이 중 일부를 주변인에게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