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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55> 고성 상족암 공룡길

공룡발자국 화석·주상절리·수평층 … 1억 년 전 중생대로 시간여행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30 18:46:3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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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풍 쐬며 걷는 완만한 4.1㎞ 길
- 덱·백사장·몽돌밭 등 변화무쌍
- 널찍한 암반엔 공룡발자국 천지
- 아찔한 병풍바위 스카이워크도
- 물때 잘 맞추면 해식동굴 구경도

경남 고성 땅은 1억년 전만 해도 공룡의 무도장이었다. 하이면 ‘상족암 군립공원’ 일대는 중생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널려 있다. ‘상족암(床足岩)’이란 이름은 겹겹이 층을 이룬 모습이 ‘밥상다리’처럼 생겼다 해서 명명됐다. 상족암 부근 암반층에는 마치 방금 지나간 것 같은 공룡의 발자국이 무수히 찍혀 있다. 특히 새발자국 화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스릴과 모험으로 가득찬 공룡발자국 화석과 주상절리 등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둘레길이 있다. ‘공룡발자국 따라 걷는 길’이다. 일명 ‘상족암 공룡길’로도 불리는 이 길은 하일면 맥전포항~해안가~하이면 상족암이 있는 덕명마을까지 4.1㎞ 구간에 걸쳐 열려 있다. 해안 덱, 오솔길, 해안가 산책로, 백사장, 몽돌밭, 해안 덱으로 변화무쌍하게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나들이에도 제격이다.
   
상족암에서 상족암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하는 해안가에 소망을 기원하는 돌탑이 눈길을 끈다.
■가족 걷기 나들이에 제격

들머리는 맥전포항이다. 맥전포는 예전 푸르른 보리밭이 많아 붙여진 조그만 어촌마을이다. 지금은 보리밭은 사라지고 멸치어장막이 자리잡았다. 비릿한 특유의 멸치향이 먼저 달려와 탐방객을 맞이한다. 고즈넉한 어촌 전경에 탐방객의 마음도 평온함을 얻는다. 마을 끝자락인 수협 선박주유소에 이르면 상족암 군립공원 안내지도가 나온다. 이곳이 출발점이다.

   
초입은 목재 덱으로 시작해 걷기에 한결 수월하다. 이내 숲속 오솔길이 나오면 좌측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짭조름한 바람이 부는 자란만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안가로 덱이 이어진 길을 파도 소리를 벗삼아 산책하듯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풍바위 전망대를 만난다. 왼편으로 주변 경치를 감싸 안은 채 병풍처럼 펼쳐진 주상절리가 일품이다. 주상절리는 땅속의 뜨거운 용암이 지표면으로 올라와 냉각돼 그 부피가 수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번 둘레길에서 만나는 최고의 볼거리다.

병풍바위 전망대는 일부 구간을 스카이워크로 조성해 놓았다. 투명한 유리 바닥에 오르면 수십 m 아래에서 철썩이는 파도가 아찔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다 건너 경남도청소년수련관과 그 뒤편으로 공룡박물관, 그리고 목적지인 상족암 일대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전망대 옆이 입암(立岩)마을이다. ‘바위가 섰다’는 뜻으로 기둥모양의 주상절리에서 유래됐다. 이정표를 보니 맥전포항에서 대략 1.2㎞를 걸어온 셈이다.

■겹겹이 쌓인 지층과 넓은 암반

   
상족암 넓은 암반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아름다운 절경에 반하고 파도소리에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입암마을부터는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마을 앞 해안가는 한때 넓은 백사장을 자랑했으나 해안도로 개통으로 일부가 매립돼 아쉽게도 백사장은 좁아졌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오토캠핑장 조성이 한창이다. 내부에 거대한 티라노사우르스 공룡 모형이 잔뜩 웅크린 채 먹이를 노리고 있다. 이곳은 완공될 때까지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당분간 우회하거나 바닷가로 내려가야 한다. 바닷가는 몽돌밭과 백사장이 뒤섞여 있다. 한때 모래찜질 명소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몽돌에 부딪히며 멀어져 가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바닷가 백사장은 바로 옆 제전마을과 연결된다.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겹겹이 쌓인 수평층(퇴적암 지층)을 볼 수 있다. 해안가는 널찍한 암반 투성이다. 이곳부터 상족암을 포함한 덕명리 해안가 일대까지 12군데에서 공룡과 새발자국 화석산지를 목격할 수 있다. 중생대 당시 공룡의 무도장이었던 사실을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공룡발자국 화석은 이날 따라 보이지 않아 의아스러웠다. 동행한 김정란 문화관광해설사는 “공룡발자국 화석은 해안가 널찍한 암반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물때를 맞춰야 한다. 지금처럼 들물일 때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물속에 잠겨 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길을 재촉하니 저 멀리 웅장한 촛대바위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해식동굴 등 비경 그 자체

제전마을을 지나면 경남도청소년수련원을 만난다. 여름철 청소년들의 하계 휴양소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이곳부터 상족암까지가 하이라이트다. 해안 덱 오른편으로 겹겹이 쌓인 수평층이 하늘을 찌르고, 상족암 암벽 아래에는 바닷물에 깎여 생긴 해식동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전에는 해식동굴 진입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을 막고 있다. 대신 해안 덱을 따라 해식동굴 뒤편 암반층으로 가면 물때에 맞춰 동굴로 진입할 수 있다. 상족암 뒤편 넓은 암반층이 공룡발자국 화석의 백미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이 공룡발자국 화석 사진 촬영을 위해 모이는 출사지다.

상족암에 얽힌 전설도 아름답다. 새 옷을 즐겨 입기를 좋아하던 옥황상제가 상족암의 절경에 감탄하자 선녀들이 이곳에서 베를 짜 황금옷을 만들어 바쳤단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이곳의 비경을 빗대 나온 이야기이리라.

상족암 해안 덱을 따라 오르면 공룡박물관과 만난다. 왼편 해안 덱은 상족암 유람선으로 향하는 곳이다. 조그만 오솔길이 이어지고 이내 유람선 선착장과 덕명마을이 나타난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상족암 공룡길’의 종착지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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