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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3> 시민 봉기로 확대

부산대가 당긴 항쟁의 불씨, 동아·고신대가 활활 지폈다

  • 박호걸 이준영 기자
  •  |   입력 : 2018-09-09 19:18:43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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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법학과 77학번 이동관 씨

- “17일 부산대 휴교하자 우리도 들고 일어서
- 법대 이용수 군 주도로 항쟁 규모 키워나가”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16일 부산대에서 촉발된 학내 시위 모습만 부각돼 알려졌다. 자료가 부족하고, 증언자 진술이 적었기에 다른 대학과 시민 봉기는 간과됐다. 부산대가 항쟁의 불씨를 지폈다면, 동아대와 고신대 등 다른 대학은 그 불에 기름을 얹고 부채질해 항쟁 규모를 키운 것으로 취재결과 나타났다.
   
통제가 안 돼 시위 대열과 섞여버린 경찰기동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탁돈 소장 제공
민경식(부산대 생산기계공학과 79학번) 씨의 기억은 이렇다. 16일 오전 부산대 시위 소식은 빠르게 부산 시내로 퍼졌다. 동아대 교문은 이날 오후 돌연 폐쇄됐다. 민 씨는 “부산대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남포동에 도착한 뒤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게릴라 방식의 시위를 벌였다. 많은 이를 모을 수 없게 되자 시위대 세력을 키워보고자 동아대 구덕 캠퍼스로 향했는데 교문이 경찰에 막혀 있었다.”

동아대 시위는 17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서울 동대문구청장인 유덕열(동아대 정치외교학과 78학번) 씨는 학내 시위를 독려했던 경험을 국제신문에 처음 털어놨다. “17일 오후 교련 수업이었다. 수업 시작 전 단상에 올라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밖으로 뛰쳐나가 유신 독재 반대에 힘을 싣자’고 외쳤다. 강당에 모인 학생 대다수가 ‘우리도 나가자’며 화답했다.”

   
이동관 씨
당시 이미 수백 명의 학생이 잔디밭에 나와 ‘아침이슬’ 등 노래를 부르며 항쟁에 가담하고 있었다. 졸업생은 학내 시위 주도자가 고 이용수였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관(동아대 법학과 77학번) 씨의 기억은 이렇다. “법대 시국토론 동아리인 ‘만우회’를 함께하던 용수가 17일 아침 멤버를 모아 ‘우리가 동아대 시위를 주도하자’며 의견을 냈고, 이후 잔디밭으로 학생을 모았다.”

오전에 200명 수준이던 시위 인파는 오후에 1500명을 넘어섰다. 학생들은 오후 1시 이후 남포동 쪽으로 나가려 했지만, 교문은 경찰에 가로막혔다. 학교 안으로 공권력이 투입되려 하자 용수 씨는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경찰은 들어오지 마라”고 외쳤다. 교내 시위대 규모가 점점 커지자 경찰은 결국 학교로 들어와 최루탄을 쐈고, 학생들은 이날 오후 6시 남포동 부영극장에 모이기로 한 뒤 흩어졌다.

학생들은 구덕유원지와 경남고 쪽으로 빠져나가 약속대로 오후 6시에 모였다. 부영극장에서 동보극장까지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유신철폐” “독재타도” 등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고, 경찰의 진압은 점점 강경해졌다. 오후 7시에는 퇴근한 직장인까지 합류하면서 3000명이 넘는 거대한 대오가 만들어졌다.

   
부마항쟁진상규명위원회 차성환 상임위원은 “동아대 시위는 도심 항쟁의 동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였다. 17일 부산대가 휴교에 들어간 상황에서 동아대가 들고 일어나 항쟁이 계속됨을 알렸고, 이에 따라 유신정권은 18일 계엄령을 내리는 무리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또 차 위원은 “동아대에는 특정한 시위 지도부도 없었는데, 종일 끈질긴 형태의 시위가 전개됐다”고 말했다.


◇고신대 신학과 75학번 이일호 씨

- “보수적 기독교 불구 전교생 참여
- 2만여 시민과 서면 남포동 뒤덮어”

   
이일호 씨
주목할 것은 고신대 학생들도 시위에 전면적으로 나선 점이다. 학교 재단이 기독교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진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이라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종교계에서도 퍼져 있었다는 방증이다. 고신대는 부산대나 동아대처럼 학생들이 한꺼번에 대오를 이뤄 시내로 몰려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일호(고신대 신학과 75학번) 씨 주도로 은밀하고 빠르게 ‘힘을 모으자’는 여론이 교내에 퍼져나갔다.

지금은 목사가 된 이 씨는 16일 오후 중구 미문화원 근처에 갔다가 오후 1시40분 시위대에 합류한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 날인 17일 학교 식당에서 조충일 한성국 강대영 등 동료에게 ‘오후 2시 국제시장 입구 황금다방에 고신대생이 모이게 하자’고 했다.

실제 이날 오후 국제시장에는 고신대 학생이 넘쳐났다. 이 씨는 “고신대뿐 아니라 부산여대 동의대 부산교대 수산대(현 부경대) 해양대 등 부산에 있는 모든 4년제 대학생이 이곳으로 쏟아져나왔고 의외로 시위대 선두에 고신대생이 많았다. 17일 오후 고신대생만 500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되뇌었다. 당시 고신대 전교생은 600여 명이었다.

   
국제신문 1979년 11월 29일 자에 실린 부산교도소에서 출소한 조충일 씨와 그의 어머니 사진. 뒤에 있는 남성은 고신대 시위를 주도한 이일호 씨의 동생 이영호 씨다. 국제신문DB
이 씨는 이날 경찰에 붙잡혀 손이 밧줄로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받았다. 경찰은 수건으로 이 씨의 코에 물을 붓기도 했다. 경찰이 이 씨에게 “사주를 한 것이 김일성이냐, 김대중이냐”고 물었고, 이 목사는 “주여! 주여!”라고 외치다가 기절했다고 기억했다.

시민은 학생들의 분노를 이어받았다. 당시 자갈치시장 근처에 있던 신천지백화점에서 옷가게를 했던 김문홍(65) 씨는 16일 오후 시위대에 합류했다. 김 씨는 “워낙 시위가 격렬해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터라, 시위대에 합류했다가 경찰에 쫓기면 가게로 들어와 장사하는 척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상인들은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경찰에 쫓기는 시위대를 숨겨줬다. ‘저쪽 가면 군인 있다. 이쪽으로 가라’고 도주로를 알려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17일까지는 광복동과 남포동에서 시위가 거셌지만, 18일에는 서면 곳곳에서도 “독재타도”의 함성이 퍼졌다. 이날 오후 8시 서면 시위에서만 2만 명 가까운 인파가 운집했다. 계엄령 이후 해병대가 시내에 배치된 것에 불만을 토로하며 거리로 나온 시민이 많았다.

부마항쟁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초안)의 18일 시위 체포자 87명 가운데 일반인은 81명(93%)이었고, 학생은 6명이었다. 부산 시위 전체 검거자 현황(1979년 10월 25일 기준)을 보면 총 1033명 중 학생은 377명(36.4%), 일반인은 656명(63.5%)이었다. 공무원 상인 운전사 등 직업을 가리지 않고 시위에 참여했고 고초를 당했다. 박호걸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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