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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9> 중국 내 탈북여성의 삶

신부로 팔리거나 유흥업소 내몰려… 자유없어 고통 가중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9 20:06:29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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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만 명 추산… 통일만이 희망
- 신분증 없어 ‘검은 사람’ 통칭
- 의료·공공 교통수단 이용 제약
- 일자리 구해도 월급 떼이기 일쑤

- 탈북시기·나이·외모로 몸값 결정
- 거래한 돈은 브로커가 모두 가져
-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국행 생각
- 자식·北 가족 때문에 고생 감내

광복 73주년을 맞이했지만 우리는 아직 평화롭지 않다.

조국은 분단돼 남북으로 갈렸다. 분단은 우리 모두에게 아픔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산가족 실향민 북한이탈주민 납북자가족 등과 함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다른 분단의 피해자가 있다. 바로 중국 내 탈북여성들이다. 지금 이 순간도 힘겨운 탈북 행렬은 계속된다. 중국 내 탈북여성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018년 7월 현재 약 3만2000명이다. 이 중 70% 이상이 여성이다. 통일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입국 탈북민 1127명 중 여성은 939명으로 무려 83%를 차지한다. 이들 여성 중 상당수는 중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중국에서 거주하다 한국에 입국한 사례도 있다.
중국에서 탈북여성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비참하다. 사진은 탈북여성이 사는 폐가 같은 집.
그들은 왜 낯선 땅에 갈 수밖에 없었을까?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으로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때부터 그들의 중국 생활은 시작됐다.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살아가는 이른바 중국 거주 탈북여성. 떠났다는 표현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말이었다. ‘중국 가서 몇 달만 일하면 돈 벌어서 금방 돌아올 수 있다’는 유혹에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떠난 길이었다. 사흘 밤낮 배곯는 어린 자식을 위해 잠시 갔다 오겠다며 나선 걸음이었다. 분명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길로 수십 년의 세월이 눈물에 사무쳤다.

■호구가 없는 ‘검은 사람’

탈북여성의 자녀가 부엌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이 생활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호구(신분)가 없다는 점이다. 호구가 없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언제든 북송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병원비가 비싸 제대로 된 치료도 받을 수 없다. 기차나 버스와 같은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없다. 중국에서 탈북여성들이 이웃으로부터 불리는 이름은 ‘검은 사람’이다. 중국에서 호구가 없는 사람은 죽으면 그냥 길에 버리는 존재로 인식된다. 탈북여성들은 ‘그냥 길바닥에 버려지는 존재’인 셈이다. 신분이 없으니 사람 대접을 못 받고 남편으로부터 사람이 아닌 돈 주고 사 온 물건과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한 탈북여성은 팔려온 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당한 일을 들려주었다. 시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목에 무엇인가를 걸어두었다. 사람이 지나가며 자신을 꼼꼼히 살펴보고 만져 보기도 했다. 그제야 이 여성은 목에 건 푯말이 자신을 판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 자리에서 시어머니께 무릎 꿇고 울면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팔지만 말아 달라고. 1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죽을 만큼 괴로운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지금도 여전히 다시 팔려 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견딜 수 있는데 정작 자유가 없는 삶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중국에서 신분 없이 살아가는 탈북여성은 정상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신분증이 없기에 불시 검문에 붙잡히면 북송 위기에 처한다. 행여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신분증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서 급여를 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 달 동안의 수고가 모두 허투루 돌아가는 것도 허탈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견딜 수 없다. 모진 학대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서, 변변찮은 생활에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만 했다.

■짐승만도 못한 삶

탈북 여성의 어머니(왼쪽)와 딸의 손. 딸도 이제 엄마가 됐다.
중국 거주 탈북여성들은 자신들의 삶을 한마디로 ‘짐승만도 못한 삶’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향해 어찌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삶은 비참하다. 돈을 주고 사온 물건이라는 인식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를 당했다. 북한에서 받은 감시와 통제만큼이나 고통스럽고 비참한 삶이었다.

중국에 온 탈북여성은 신변 보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인 남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브로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결혼 대상자로 팔려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군가의 감시나 통제 아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거다. 북한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처음에 중국인 남편에게 결혼 대상자로 팔려가는 선택을 한다. 결혼으로 팔려간 집에서 살다가 도망 나와 혼자 살기도 하며, 브로커 손에 잡혀 다시 다른 곳에 팔려가기도 한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몸값이 있다. 탈북 시기와 당시 나이, 외모에 따라 사람의 가격이 결정된다. 탈북여성을 소개하는 브로커와 여성을 사고자 하는 남편될 사람 사이에 가격 흥정이 벌어진다. 물건값을 흥정하듯 사람의 가격이 말 한마디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거래한 돈은 모두 브로커의 몫이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 출신 남편이 한 번에 목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브로커가 빚쟁이처럼 계속 집에 찾아온다. 탈북여성이 남편을 선택할 권리 따위는 없다. 그저 소개해 주는 대로, 팔려가는 대로 가서 그 길로 낯선 남자의 아내로 살아야 한다. 중국에 넘어온 첫날부터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남자를 남편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북한이 아무리 못 살아도 집이 그 정도로 형편없지 않았다고 할 만큼 중국 시골마을의 흙집은 폐가와 같다. 그런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탈북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연명하기도 어려운데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으면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혼자만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가족을 위해 불법적인 경제활동에 내몰리는 이유다.

■자식 때문에 떠나지도 못해

중국에서 거주한 탈북여성 중 어떤 이는 한국으로 떠났고, 또 어떤 이는 중국에 남아 있다. 필자가 중국 현지에서 만난 탈북여성들은 ‘남은 자’다. “한국행을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한국행을 고려해 보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 가려고 길을 떠났다가 중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사례도 많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국행을 생각하지만 정작 길을 떠나려 하면 자녀가 앞을 막았다. 그들이 남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녀들이다. “내가 엄마를 버리고 왔는데, 여기에서 내 자식에게 또 그런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탈북여성은 17세 때 엄마와 함께 팔려왔다. 모녀가 서로 다른 마을에 팔려 생사도 알지 못한 채 7년을 떨어져 지냈다. 7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17세의 딸아이는 엄마가 돼 있었다. 한국으로 가자는 엄마의 권유를 딸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5세 된 아들을 두고 홀로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기 위해 자기의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기막힌 운명이다.

‘통일되면 같이 고향 갑시다’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쏟아낼 만큼 그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다. 통일돼야만 갈 수 있다는 전제 앞에 이제는 희망조차 품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제 통일이 올는지…” 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들의 한탄이 들려왔다. 그래도 그들은 자녀가 있기에 억척스럽게 산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의 만남은 그들의 한결같은 소원이다. ‘조선의 딸’인 그들이 고향에 돌아갈 날은 언제일까? 그들이 돌아갈 고향길을 조금이라도 더듬어줄 수 있는 바람이 되고 싶다.

부산하나센터장·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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