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전 집필도 일체 지원 없어
- 개성고 동문회 사비털어 진행
- 지역 독립운동가 발굴의지 필요

1920년 의거로 일본인 부산경찰서장을 폭사시킨 지역 독립운동가 박재혁(사진) 의사 추모 사업이 73주년 광복절을 맞도록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 시절 부산시가 기념사업 착수를 약속하며 의지를 밝혔으나, 오거돈 시장 체제의 부산시 또한 잊혀가는 지역 독립운동가를 등한시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동구 범일동 박 의사 생가 복원 사업이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실 주재로 열린 관계 기관 회의(국제신문 지난 5월 3일 자 4면 보도) 후 답보 상태에 있다고 14일 밝혔다. 박 의사 생가터를 사들여 기념관 등을 설립하는 데는 30억 원이 든다는 게 시의 추산이다. 지난 5월 회의에서 확인된 한계는 2004년 기점으로 현충시설 건립·개보수 등 사업이 ‘지방 이양 사무’로 분류돼 국가 보조금 지원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념사업회 등 민간이 국가보훈처에 계획서를 제출해 총사업비의 30%라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김 의원이 30%로 한정된 지원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앞장서기로 했다.

문제는 회의에서 ‘법적 한계’가 확인된 후 시가 생가 복원 등 사업과 관련해 손을 놓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사업비 30%라도 지원을 받으려면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5월 회의 후 별도로 점검한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는 10월 예정된 학술대회도 초점은 지역 독립운동가가 아닌 ‘3·1운동 100주년’에 맞추고 있으며, 박 의사는 지역 의열활동 관련 사례 연구 발표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사가 다녔던 개성고(옛 부산상고) 차원에서 2000만 원을 들여 추진하던 박 의사 평전 편찬 작업도 어려움을 겪는다. 개성고 총동창회 김수철 사무총장은 “박 의사의 생애를 기록할 만한 근거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실제 평전을 집필할 연구자를 모시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재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평전을 집필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차질 없이 진행돼야 내년 초 발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구문화원 류종현 전문위원은 “부산에선 보수정권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항일 의거조차 저항 테러처럼 인식돼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 근대의 부마항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사비를 털어 박 의사 관련 저서를 준비하는 류 위원은 “실제로 서울 등지를 오가고 있지만 자료 모으기가 어렵다”며 “바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시가 박 의사를 필두로 잊힌 지역 독립운동가 행적 발굴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