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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52> 사천 이구산 선비길

풍패지향(왕이 탄생한 고장)의 옛 유풍 담은 산세… 탁 트인 정상선 시가지 한눈에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8-07-29 20:26:2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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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 탄생지 니구산 명칭서 유래
- 탐방로는 침곡저수지부터 시작
- 정상서 30분 거리엔 상사바위
- 아래 내려다보면 사천만 펼쳐져
- ‘부자상봉’ 전설 담긴 고자정
- 소공원과 포토존 즐길 수 있어

경남 사천시에는 와룡산과 봉명산, 각산 등의 명산이 있으나 사천읍 지역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은 이구산(尼丘山)이다.
   
 ‘이구산 선비길’ 도중 만나는 상사바위. 귀순이와 남도령의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지역민들은 대부분 이구산으로 부르지만 도올 김용옥 선생은 ‘니구산’으로 불러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바 있다. 이구산의 본래 명칭이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하는 바로는 중국의 공자 탄생지 곡부(曲阜)에는 니산(尼山)이 있다. 본래 명칭은 니구산이었다. 공자의 부모가 이곳에서 기도를 드려 공자를 낳았는데 이름을 ‘구(丘)’라고 지었다. 후손들이 이런 점을 이유로 공자의 이름에 있는 글자를 산 이름에 붙일 수 없다 하여 ‘구’ 자를 빼고 그냥 니산이라 불렀다 한다.

그러나 옛적 사천 사람들은 니구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의 편리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구산으로 불려지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민들은 산의 모양이 유건(유학자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을 닮았다며 신성시 한다. 풍패지향(왕이 탄생한 고장)인 옛 사천군의 유풍(儒風)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구산은 해발 379m로 사남면 우천리와 정동면 수청리의 경계를 이룬다. 남쪽으로는 와룡산이 자리하고 성황당산과 능화산, 흥무산이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산정을 이루는데 산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 산맥을 따라 고자정까지 이어지는 길이 ‘이구산 선비길’이다.

■시작은 침곡 저수지에서

   
이구산 정상 부근의 호젓한 길에서 만난 탐방객들.
정동면 예수리 침곡 저수지 옆으로 선황사를 안내하는 입간판이 선비길의 시작이다. 선황사가 있는 성황당산까지는 깨끗하게 시멘트로 포장된 산길이다. 걷기 싫은 사람이라면 선황사 옆 임도 앞까지 자동차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차량이 몰리면 비킬 곳이 마땅찮아 권하고 싶지 않다.

임도 입구의 성황당산 성터에 서면 멀리 사천읍 시가지가 성냥갑을 쌓아 놓은 듯 보인다. 숨 호흡을 크게 하고 걸어보자. 은행나무, 벚나무, 두충나무 등이 늘어서 있고 양쪽 산의 편백림은 피톤치드를 마구 뿜어내는 것 같아 싱그럽다. 200여 m쯤 지나 먼지떨이용 에어건이 있는 커브길에서 왼쪽의 목재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사람들이 주로 왼쪽 길로 다닌다. 10여 분쯤 걷고 나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선비의 유건처럼 생긴 산이라 하더니 제법 가파르다. 미끄러지기 쉬운 데는 군데군데 로프를 묶어 두었지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 보인다.

삭령 최씨 묘역을 지나 운동시설과 팔각정이 있는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물병을 찾을 때 쯤 이구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은 표지석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어 다소 삭막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상사바위의 슬픈 전설

정상에서 30여 분을 걸어가자 큰 바위가 나타난다. 늙은 무당의 딸 귀순이와 남 씨 성을 가진 도령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상사바위이다.

도령을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귀순이가 시름시름 앓다가 석 달 만에 죽었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도령도 나중에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상사바위에 앉으면 아래로 구룡 저수지가 손바닥만 하게 보이고, 멀리는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과 공장들, 사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이고 상쾌하다. 여기서 철탑까지는 20여 분이 더 걸린다. 사천읍내에서 운동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제일 멀리 오는 코스로 대부분 여기서 돌아간다. 그래선지 사천시도 여기까지의 임도 주변은 정비를 말끔하게 했지만, 철탑에서부터 고자정 까지는 웃자란 풀과 나뭇가지가 발에 걸린다.

■부자 상봉 아픔 간직한 고자정

침곡 저수지에서 2시간 20분쯤 지나서야 고자정(顧子亭)에 닿았다. 5.8㎞를 온 셈이다. 사천시가 부자 상봉길을 조성하면서 이곳에 정자를 짓고 소공원에는 의자와 기념사진 촬영장까지 마련했다.

고자고개와 고자정의 전설은 이렇다. 태조 왕건의 8번째 아들인 왕자 욱이 사수 현(지금의 사천 사남면)으로 귀양을 왔다. 그런데 2살 난 손자(후일 현종으로 전해짐)가 아비를 애타게 찾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태조는 손자를 사수 현으로 내려보냈다. 그러나 욱이 죄인의 몸이라 아들을 함께 지내게 할 수 없어 고개 넘어 정동면의 배방사에 머물게 했다. 그래서 욱은 사남면에서 10㎞를 걸어 배방사까지 가서 아들을 만났다가 유배처소로 돌아 올 때는 이 고개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정자를 돌아볼 ‘고(顧)’ 자와 아들 ‘자(子)’ 자를 써서 고자정이라고 불렀다 한다. 고개 이름도 고자 고개, 마을 이름도 고자실이라고 칭했다. 고자 고개에서 사남면 쪽으로 10여 분을 내려오면 욱의 무덤 터가 있다. 전체적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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