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법, 비밀누설 정황 인정

부산시약사회 임원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토대로 부산시가 세운 합동점검 계획을 사전에 약사에게 유출한 보건소 공무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이영욱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모 보건소 공무원 A(42)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을 보면 A 씨는 2016년 9월 26일 시약사회 고위 간부 B 씨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9월 30일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관련 합동점검이 있습니다. 대상지역 : 부산시 전역’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시는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약사회 임원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정보가 있어 이를 보도하겠다는 말을 듣자 시와 구·군이 참여하는 합동점검 계획을 세웠다. 점검 일정과 내용을 담은 공문은 2016년 9월 23일 자로 일선 보건소에 전달됐다. 이 공문은 약사나 일반인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공개문서 5급으로 분류됐다.

B 씨가 A 씨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다른 약사와 공유하면서 점검 일정이 사전에 새어나가자 시는 같은 달 29일로 점검을 하루 앞당기고 각 보건소에 다시 공문을 보냈다. A 씨는 B 씨와 다른 일로 통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변경된 점검 일자를 알려준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때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점검 일자를 알려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 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A 씨로부터 정보를 입수했다고 진술했다가 말을 바꿨다. 수사 결과 A, B 씨가 메신저로 대화한 후 전화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판사는 “B 씨는 약사회 이사인 A 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므로 굳이 허위 사실을 꾸며내 A 씨를 무고했다고 보기 어렵다. 합동점검 일자를 스스로 추측해냈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