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 단속땐 공개 가능하나
- 경찰, 피의사실 공표 권한 없고
- 무죄추정 원칙으로 불가 고수
부산경찰청이 맛집을 단속해 ‘쥐똥 행주’가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적발된 곳이 어딘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딘지 알아야 안 갈 것 아닌가. 선량한 다른 식당만 피해를 볼 것이다”며 공개를 요구하지만, 경찰은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라며 공개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 24일 해운대구와 중구 광복동 일대 유명 맛집 35곳을 점검해 이 가운데 25개 업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쥐똥이 묻은 행주와 쓰레기통에서 해동 중인 주꾸미도 단속팀에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단속한 곳은 지역의 ‘대표 맛집’이어서 시민이 음식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지만, 적발 업소를 경찰이 공개하지 않아 다른 맛집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SNS를 중심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누리꾼 A 씨는 “어딘지 알아야 안 갈 것 아닌가. 리스트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고, B 씨는 “소비자 알 권리와 건강보다 가해자 인권이 중요한가. 이럴 거면 적발 사실은 왜 공개했느냐”고 경찰을 비판했다.
식당명이 공개되지 않자 추측성 글이 올라오거나, 아예 부산 전체 음식점에 의구심을 갖는 이도 있다. 누리꾼들은 “○○분식도 여기 해당하는 것 아닌가” “부산 가면 주꾸미는 거르자” “부산 가면 뭐 먹지도 못하겠다” “왜 또 부산이야. 가지 말아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음식점 상호 공개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고, 검찰이 사건을 기소하기 전 이를 알리면 피의사실 공표에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부 등에서 범죄의 중함을 판단하지 않았다. 업체들에 법 위반 내용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당국에서 하는 단속은 사정이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단속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면서 적발된 전체 업체명과 주소, 위반 내용을 첨부한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유통기한 경과제품 사용과 HACCP 허위표시 업체를 알리면서 적발된 9곳의 업체명과 주소 등을 공개했다. 식품위생법 제15조를 보면 식약처장은 위해 평가 결과에 관한 사항을 공표할 수 있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광역·기초단체장, 그리고 공공기관의 장은 식품 위해가 의심되거나 관련 사실을 공표하려면 식약처장과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은 행정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정부기관이다. 법적으로 공표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위반 업체명 등에 대한 공표 권한이 없는 경찰이 이를 단속하고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보도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단속을 도운 부산식약처 관계자는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언론에 자극적인 보도자료를 낸 것부터가 잘못 아닌가”라고 말했다.
부산대 조소영(법학과) 교수는 “경찰 단속은 형사 처벌과 관련돼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주는 게 맞다. 그러나 식품의 경우 단속 효과를 위해 시민에게 업체명을 알릴 필요가 있어서 주로 식약처 등 행정기관 주도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