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없어 대지 매각·입찰 안 돼
- LH 수의계약 추진도 중단상태
- 8·9역 상가만 올해 매물 14개
- 폐업 속출… 공실률 40% 달해
- 임차료 인하에도 거래 문의 없어
- 상인 “문 닫지도 못하는 신세”
- 전문가 “정주인구 늘어나거나
- 일반 공동주택 용도 변경 필요”
‘국제’ 간판을 잃어버린 명지국제신도시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상인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특히 외국인임대주택 건립이 불발될 위기에 놓이면서 해당 대지 앞 상가는 극심한 불경기를 겪으며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
| 외국인임대주택 건립이 지연되면서 15일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내 해당 주택 용지 인근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15일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일대. 수많은 아파트 단지 앞으로 여러 개의 상가가 밀집했지만 좀체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썰렁한 곳은 단연 명지국제8로 주위 상가였다. 이곳 일대는 애초 4개 블록(2만9622㎡)에 외국인임대주택이 들어서기로 했다. 인근 녹산산단을 비롯해 국내 외국인투자기업 등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2008년부터 계획됐다. 그 이후 개발계획변경 등의 승인을 거쳐 2015년 5월 본격적인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대지 매각을 시도했지만 기대와 달리 어느 곳의 기업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입찰이 불발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을 추진했지만 이듬해 2월 이마저도 토지인허가 변경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현재는 외국인임대주택에 관한 수요 자체가 없어 진척되지 못하는 상태다.
애초 이곳은 외국인임대주택과 인근 아파트 상권 밀집지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에일린의 뜰’ 아파트를 비롯해 주변에 ‘대방 노블랜드’ 등 총 8620세대가 입주했다. 내년 2월까지는 1만6553세대가 더 입주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상권이 활기를 띠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기대감을 안고 들어온 상인은 피해를 보고 있다. 외국인임대주택 대지 바로 앞 근린생활시설 7·8구역에서는 지난해부터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2016년 5월 이곳에 통닭집을 차린 박맹렬(65)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개업 초기에는 하루 약 50마리를 팔았지만 지금은 서너 마리를 파는 것이 고작이다. 노후를 대비하고자 대출을 받아 수억 원의 자금으로 야심차게 개업했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매출 부진에 1년 전 가게마저 내놓았지만 팔리지도 않아 요즘은 장사할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 씨는 “한평생 모은 돈으로 어렵게 가게를 열었지만 들어온다는 외국인 임대주택은 소식이 없고 지금은 답이 없는 상태”라며 “권리금은커녕 임차료의 3분의 1만 줘도 받고 나가고 싶다. 영업하지도 문을 닫지도 못 하는 신세가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가게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6년 10월 오픈한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1년째 월세를 못 내 계속 보증금을 까먹고 있다. 이곳 역시 지난해 초 점포를 내놨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 외 돈가스, 칼국숫집을 비롯해 올해 이 두 구역에서만 14개의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말을 종합하면 이곳은 2015년 말부터 부동산 중개업소를 시작으로 입주하기 시작해 현재 약 100개 점포가 있지만 40%가 공실인 상태다. 지난해 초부터 상권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상인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임차료를 낮추거나 렌털 프리(일정 기간 임차료 없이 무료로 사용하는 조건)를 하는 곳도 있지만 한 번 죽은 상권에 다시 들어오고자 하는 수요는 거의 없다. 엔젤부동산 장석진 부장은 “이곳 임차료는 15평 기준 ‘보증금 5000만 원, 월 300만 원’에 형성됐지만 최근엔 임차료가 100만 원 이상 내려갔다”며 “5개월까지 렌털 프리를 한다 해도 문의조차 없다. 쇠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상인은 외국인임대주택이 아닌 일반주택용지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수요가 없어 계획대로 임대주택이 들어서더라도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외국인임대주택의 10%는 먼저 외국인에게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되면 6개월간 분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 선뜻 입찰에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명지국제신도시의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상권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때 땅을 분양받아 들어온 상인 입장에선 경기가 안 좋다고 무작정 임차료를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명지신도시는 동부산권 신도시와 달리 이곳 외 다른 괜찮은 주거지가 마땅치 않아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면 주민이 계속 정주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권이 안정적으로 형성된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H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임대주택 대지 인근 상권이 침체된 점을 고려해 이곳을 일반공동주택용지로 바꾸거나 해당 대지를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에 반영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