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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의사·변호사 말고 아무 꿈이나 괜찮아

판에 박힌 삶 강요하기보단 스스로 꿈 찾을 기회 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07 19:15:2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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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라도 괜찮아.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세요!’라고 아침마다 라디오에서 외치던 DJ 노홍철이 하고 싶은 거 하러 떠난다고 지난 연말 작별인사를 했다. 문득 우리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 초면 아이들에게 생활기록부 진로 희망을 쓰기 위해 ‘앞으로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머뭇거린다. 그리고는 무조건 돈을 잘 버는 것이 꿈이에요. 공무원, 연예인, 요리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한다. 장래희망을 적기 위해 꿈을 쥐어 짜내는 경우가 더 많다. 왜 아이들은 꿈을 불편해 하는 걸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지식 습득, 빨리, 높이로 대변되는 ‘경쟁력’의 미명 하에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니고, ‘책상 정리해’ ‘양치질 해’ ‘뒷정리 잘해’ 등의 잔소리를 들으며 자기 생각보다는 엄마가 짜 준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당연히 자신의 고민과 내면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동네 공터나 집에서 하루 종일 놀았다. 할머니가 돌리는 재봉틀 옆에서 천 조각 가지고 놀기, 동생들이랑 역할분담 놀이하기, 시집 안 간 고모랑 부침개를 구워먹으며 깔깔거리기, 배를 깔고 드러누워 낙서를 하거나 그림책을 보다가 잠들기 등. 비가 와서 마실도 못 가고, 집에 놀아 줄 사람이 없을 때 난 우리집 마당 무화과 나무 잎사귀 아래 쪼그리고 앉아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아도 마냥 행복했다.

그 쉼표 같은 시간 속에서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깨닫고 그리고 친구를, 자연을,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나간 듯하다. 그 때의 애들은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너 뭐해라, 뭐하고 싶니 하고 묻지 않았는데 가슴 속에는 ‘하고 싶은 일’이 가득 차 올랐다. 그 내버려 둔 공백 같은 그 시간 속에 생각들이 풍선처럼 떠올랐다.

교육은 정교한 시스템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 후 관찰하고 지켜보는 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콩으로 된장을 만드는 시간, 우유로 요쿠르트를 만드는 시간. 메주를 만들어 물과 소금을 넣고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가만히 두면 메주는 스스로 발효하여 맛난 된장이 되고 우유는 새콤한 요쿠르트가 된다.

지금의 학생들은 심심할 시간이 없다. 당연히 스스로의 질문도 없다. 실패, 공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자발적 성취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한끼 줍쇼’라는 프로그램에서 길 가던 예쁜 초등학생에게 강호동이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거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뻘 이경규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판에 박힌 듯 이야기 하니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아무나 돼”라고 말한 이효리의 말이 한 때 화제였다.

요즘 사람들은 ‘nomal clush(평범함에 반하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의 단어에 열광한다. 나도 이효리의 ‘아무나 돼’에 열광하고 동감한다. 우리 아이들이 평범하게 행복하게 사는 ‘아무나’ 되었으면 좋겠다. 단!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아무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윤주영 부산수영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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