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제구는 줄자 들고 단속 계획

도시철도 출입구 10ｍ 이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단속 기준을 놓고 현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10ｍ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를 두고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덕천역 에서 단속원들이 ‘도시철도 출입구 10ｍ 이내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유인물을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서정빈 기자

부산시는 지난달 6일부터 ‘부산시 금연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라 부산지역 750개에 달하는 도시철도 역 출입구 10ｍ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는 9월 5일까지 계도한 뒤 단속에 들어갈 예정이다. 적발될 경우 2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애매한 단속 기준. 현행 조례상 출입구를 기준으로 반경 10ｍ가 금연구역이다. 시는 ‘10ｍ 이내’ 시시비비를 줄이기 위해 출입구에서 직선으로 10ｍ 되는 지점 바닥에 금연구역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해 놨다.

하지만 출입구 앞쪽이 아닌, 도로나 상점 등이 있는 좌·우측과 뒤쪽은 이 같은 표시가 없어 어디까지가 단속구역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애매한 단속 기준 탓에 비흡연자들의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최미화(53) 씨는 “사람들이 출입구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금연구역으로 지정만 해놓으면 뭐하느냐”며 “출입구 앞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보니 옆이나 뒤에서 자주 담배 냄새를 맡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과 단속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실제로 부산 북구 덕천역 일대 단속에 나선 문영일(39) 씨는 흡연자들이 출입구 뒤쪽 10ｍ 부근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직접 계도에 나서진 못했다. 문 씨는 “출입구 10ｍ 이내에서 흡연할 때 단속이 되는데 계도라 하더라도 주의를 당부하면 10ｍ가 아니라고 하며 화를 내기도 한다”며 “출입구 앞과 달리 옆이나 뒤쪽은 단속하기 애매해 표지판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모(29) 씨도 “10ｍ가 넘는다고 생각하고 피웠다가 정확한 측정도 없는 상황에서 단속에 걸리면 억울할 것 같다”며 “출입구 앞에만 금연 표시가 있어 뒤나 옆은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마다 10ｍ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출입구 옆은 10ｍ 이내에 상점 등이 있는 경우가 많아 표시점을 붙이기 어려웠다”며 “단속 기준을 분명히 할 만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제구는 줄자를 갖고 다니며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