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의미하며 그 제도적 장치 중 하나가 선거다. 선거는 자유와 평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즉,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는 보통선거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적인 보통선거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시작된다.

- 3·1운동 후 선거권리 얻었지만
- 일본인 다수 거주지역으로 제한

일제강점기에 보통선거는 아니지만 대단히 제한적인 ‘지방선거’가 존재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은 주권을 상실했고 식민지 체제 속에서 정치적 참여라고는 제국 일본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든가 아니면 저항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만 3·1운동이라는 전민족적 저항에 직면한 일본은 식민지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소화한 정치적 권리를 내어줬다. 이에 조선총독부는 ‘문화정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방제도를 개편해 사이비 ‘지방의회’의 설치와 제한선거인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1920년 식민지 최초의 제한선거를 통해 자문기관 성격의 ‘지방의회’인 도평의회와 부·면협의회가 설치됐고, 1933년 재차 개편된 지방제도에 의해 의결기관으로 전환한 도·부·읍회와 여전히 자문기관으로 남아 있던 면협의회로 해방 때까지 이어졌다. 한국인은 3·1운동의 결과 ‘지방선거’라는 권리를 얻었지만 그마저도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부·면과 납세기준 5엔 이상으로 제한됐다. 한국인은 선거지역에서 고작 2%, 전국에서 1% 미만만 선거권을 가졌다. 부산에서는 첫 선거인 1920년에 0.2%, 마지막 선거인 1939년에도 1.9%에 그쳤다.

사진은 1929년 11월 21일 자 조선시보로 전날 치러진 ‘부산부협의회 의원 선거장’인 부산공회당 밖의 모습이다. 부산공회당 정문에는 출마한 39명(일본인 33명, 한국인 6명)의 성명이 걸려 있고 정문을 중심으로 부산역 광장 양쪽으로 각 후보자의 휴게소와 후보자의 팻말이 2열로 정렬돼 있다. 그런데 한국인 유권자는 0.3%에 불과했고, 유권자도 일본인의 10분의 1에 그쳐 한국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제대로 된 선거는 독립된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전성현 동아대 석당학술원 교수

※ 공동기획 : 국제신문·부산시선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