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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례 상봉행사 기회 못얻어…죽기 전에 꼭 만나봤으면”

이산가족 1세대 최중용 옹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 김봉기 기자
  •  |   입력 : 2018-04-25 19:39:50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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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중 혈혈단신 내려와
- 부산서 온갖 고생 끝 새 삶 꾸려
- 1세대 매달 300~400명 눈감아
- 이산상봉 정례화 조속 마련돼야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3년 동안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이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빨리 오기를 고대했다.
   
이산가족 1세대인 최중용 옹이 호적 관련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호적이 잘못돼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봉기 기자
최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아파트에서 만난 최중용(90) 옹은 남북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 옹은 한국전쟁 중 모친과 여동생들, 누나 내외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두고 남한으로 혈혈단신 내려왔다. 평안남도 성천군이 고향인 그는 갑작스레 피란길에 오른 탓에 고향에는 들를 수 없었다. 그는 “덕천군(현재 덕천시)에 있는 철도청 검수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미군이 점령한 뒤에 미국에 협조했는데 이대로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며 “다시 중공군이 밀고 내려와 미군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떠올렸다. 덕천군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에 도착해 재직증명서를 받아든 최 옹은 진남포(현재 남포특별시)에서 부산을 향하는 배를 탈 수 있었다.

그는 “황해와 남해를 크게 돌아 부산에 도착하니 몸뚱이 말고 손에 쥔 게 없더라고. 미국부대에서 짐도 나르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 했지”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가까스로 부산에 자리를 잡은 최 옹은 일찍부터 이산가족으로 등록해 대면 상봉의 기회를 기다렸으나 20회 진행된 상봉 행사에서 한 번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는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쳐 나와서 고향 땅이나 가족 떠올릴 사진 한 장 가진 게 없다”며 아쉬워했다. 최 옹은 부산에 자리 잡은 뒤 새로 가족을 꾸려 2남 1녀를 낳았다. 그는 미군 짐꾼으로 일하다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고 화학약품을 파는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해 번 돈으로 조경회사를 차렸다. 올해 구순을 맞는 최 옹은 헤어진 가족을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게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5일 최 옹과 같은 이산가족 1세대 중 매달 300∼400명의 어르신이 통일된 조국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고 밝혔다. 최 옹은 매달 18일 열리는 재부 평안남도민회 모임에도 1세대 참여자 수는 점점 준다고 말했다.

최 옹은 최근 호적을 고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부산에 도착한 직후 배식을 타는 사이 함께 온 직장동료가 최 옹의 고향을 평남 성천군이 아닌 자기 고향인 평양시로 잘못 적어 넣은 것. 최 옹은 “호적에 고향이 잘못 적혀서 그동안 상봉 기회를 얻지 못한 것 아닌가 싶어서 늦었지만, 호적을 정리하려고 한다”며 “1세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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