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건강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시행한다면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건강 취약지역에서 건강은 물론이고 학업, 일자리 창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는 부산 전 지역의 전 지표를 올리는 ‘공동 선’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고신대 고광욱(예방의학과·사진) 교수는 자신에 찬 표정으로 건강 격차 해소 정책의 효과를 말했다.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 학술위원과 세계건강기구 건강도시정책협력연구센터 연구원이기도 한 그는 서울의 한 기초지자체를 예로 들었다.

“서울 서초구는 금연단속원이 18명이나 됩니다. 지자체별 평균 단속인원이 3명 정도인데 비해 무려 6배나 많지요. 조례를 제정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담배 소매점 간격을 50ｍ에서 100ｍ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금연 벨 설치나 금연 아파트 운영, 어린이집 주변 금연구역 지정 등 각종 금연정책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초구는 흡연율을 포함한 주요 건강지표 부문에서 서울시 평균보다 2년 연속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초구 흡연율은 2010년 19.8%에서 2014년 15.3%로 7.1%포인트가 감소했다. 부산은 2016년 기준 21.7%다.

부산은 어떨까. 정부의 정책에 따라가기 급급하다. 일례로 고위험음주율이 타 지역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인데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고 교수는 “지자체장들이 4년마다 수립하는 지역보건의료계획은 그 지자체의 관련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소신, 정책을 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계획을 보면 많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만성질환 및 사망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의료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며 “서울시는 ‘건강생태계’라는 개념을 도입한 각종 사업을 진행 중이다. 건강생태계란 구성원이 ‘건강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결국 건강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건강은 임신부터 출산, 주거환경, 교육, 일자리, 지역공동체 등 갖가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모든 정책에 ‘사회적 건강’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며 “부산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