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물방울이 모이면 시냇물이 된다. 시냇물이 강을 이루면, 뒷강물이 앞강물을 밀어주며 함께 바다에 이른다. 물방울처럼 생긴 수정구슬 속에 오래된 어촌과 첨단의 초고층 빌딩이 옹기종기 함께 비쳤다. 서로 인정하고 조금씩 배려하면, 저 공존의 풍경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공존 그리고 공생은 우리 마음과 노력에 달렸다. 사진은 수정구슬에 맺힌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 미포어촌계 일대 풍광을 오후부터 밤까지 촬영해 한 장으로 만든 것이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꿈을 찾아 부산으로 온 32세 베트남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보름 전인 지난달 15일 새벽 화마가 직장이자 숙소인 사상구 공장에서 그를 집어삼켰다. 그가 묵던 얇은 철판 컨테이너 숙소는 며칠째 이어진 영하권의 강추위를 막아주지 못했고 추위에 떨던 그는 낡은 전기장판과 전열기를 최고 단계로 높였다가 사고를 당했다. 나흘 뒤인 같은 달 19일 새벽 부산 강서구의 이주노동자 숙소에서도 불이 났다. 샌드위치 패널 가건물 숙소가 심하게 탔다. 다행히 안에서 잠을 자던 러시아 청년(23)은 대피해 목숨은 건졌다. 지난해 인천과 경기 광주시의 이주노동자 임시 숙소도 화마에 휩쓸렸다. 우리의 방관 속에서 꿈을 품고 한국을 찾은 이들의 희망이 소리 없이 꺼져간다.

“더불어 살자.”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해왔다. 당연한 구호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혼자 버티고 생존하는 것만 해도 버거워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이제 못 먹고 못 입는 상황을 극복했다. 내가 조금만 덜 먹고 덜 입으면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공유할 때가 된 것이다.

국제신문은 무술년 연중 슬로건으로 ‘공존(共存) 공생(共生)’을 내건다.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세상’ 만들기는 실현 불가능할지 몰라도, 소외당하는 소수에게 다수가 따뜻함을 나누는 ‘공존 유토피아’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다. ‘공존’하는 350만 부산이 잘 어울려 ‘공생’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소득 불균형에 따른 빈부 격차 문제부터 복지 건강 문화 여가 교육 등 각 분야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관련 정책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대안 찾기가 목적이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우리 옆에는 숨어서 우는 이가 많다. 노숙인은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데도 게으르고 지저분하다며 손가락질 받는다. 노숙을 하게 된 이유는 묻지 않고 “너희는 노력하지 않았다”고 다그친다. ‘완월동 여성’은 또 어떤가. 부산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인 서구 ‘완월동’을 예술문화마을로 바꿔보겠다며 2014년 호기롭게 발표했지만 정작 이 마을의 터줏대감인 여성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부산은 총면적이 765㎢로 경남(1만5037㎢)의 20분의 1이다. 16개 기초자치단체로 쪼개진 이 작은 부산 안에서 빈곤 격차는 경남과의 면적 차만큼 크다. 서부산은 동부산 권역에 비해 공연과 예술을 즐길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 노인이 밀집한 동구와 중구 등 원도심은 강서구와 기장군 등 젊은 세대가 밀집한 도시보다 건강지표 수준이 낮다.

부산복지개발원장을 지낸 신라대 초의수 기획부총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자본을 구축하는 경험을 쌓고, 시민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부산 구·군별  안전지수  (지수 낮을수록 좋음) 구·군 교통 화재 범죄 감염병 중구 5 5 5 5 서구 4 4 4 5 동구 4 5 5 5 영도구 4 3 3 5 부산진구 3 4 5 4 동래구 2 4 3 3 남구 3 3 2 4 북구 3 2 2 3 해운대구 3 3 2 3 사하구 3 3 2 4 금정구 4 3 2 3 강서구 5 4 2 2 연제구 3 3 3 4 수영구 3 4 3 4 사상구 4 3 3 4 기장군 1 1 4 1   ※자료=행정안전부,  2017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