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4000여 페이지 모두 영문판
- 시민들 “읽지 말란 소린가” 분통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안전성과 관련한 1만여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일반인은 알아보기 어려운 영어와 전문용어를 그대로 올려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보고서 일부만 공개하는 관행을 깬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최소한의 설명이나 번역, 요약도 없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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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이 공개한 원전 관련 보고서. |
한수원은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고리2호기와 한울 3·4호기 등 총 3개 원전의 최종 안전성 보고서(FSAR)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운영 허가 신청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는 문서다. 원자로 설계, 안전 해석 결과 등 설계 전반에 대한 분석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국회 시민단체 등의 요구로 부분 공개와 열람이 이뤄진 적은 있으나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수원은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 적극적인 정보 공개로 대국민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한수원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정보 공개가 국민과의 소통과 원전 운영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는 일부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상황을 제외하고 총 1만4000여 페이지에 달한다. 총 5000여 페이지 분량의 고리2호기 보고서는 총 34개의 PDF와 압축 파일로 구성돼 있다. 자료는 원본을 스캔해 그대로 올린 상태다. 자료는 온통 영어와 전문 용어로, 번역이나 설명 등은 전혀 없다.
한수원의 보고서를 보기 위해 파일을 내려받은 시민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류모(37·기장군 정관면) 씨는 31일 “평소 원전에 관심이 많아 보고서를 보기 위해 파일을 받았는데, 자료도 방대한 데다 전부 영어라 읽을 수가 없었다”며 “그냥 일반인은 보지 말라고 할 것이지 이것을 소통이라고 하니 국민을 우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그간 법적 분쟁이 있을 때도 눈으로만 봐야 했던 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면서도 “한수원이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면 원본과 더불어 번역본이나 설명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번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역을 막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원문을 그대로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