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공 전 균열… 호텔도 건립 중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억울”
- 시·시설공단 “안전성 여부 확인
- 복원 당시 부실 가능성 낮다”
- 책임·원인 놓고 공방전도
- 전문가 “차·중장비만 다녀도
- 균열 쉽게 생기는 모래층 지반
- 방지 최소화 강구해야” 지적
부산 영도대교(부산시 기념물 제56호)의 옹벽과 계단에 난 균열(본지 지난 21일 자 1면 등 보도)의 원인을 두고 행정당국과 인근 고층 건물 시공업체 간 견해가 달라 원인 규명이 시급하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사가 진행되면 균열이 필연적으로 따라 올 수밖에 없다며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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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문화재위원과 시설공단 자문위원이 지난 22일 영도대교 균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부산시 문화재위원들은 지난 22일 오후 공사 관계자 등과 함께 현장점검에 나섰다. 관건은 영도구 대교동 영도대교 계단 옆에서 진행된 지상 21층 오피스텔 신축공사가 옹벽과 계단의 균열, 침하, 전도에 직접적 영향을 줬냐는 것이었다. 공사장에는 영도대교 계단의 붕괴를 막는 버팀 지지대 2개가 설치돼 있었다. 지난달 착공을 신고한 시공사는 같은 달 23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영도대교 계단 옆과 주변에 차수벽(CIP공법)을 46% 설치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바다와 근접한 매립지에 중장비를 동원하다보니 균열이 가속화된 건 인정하나 착공 전에 이미 균열이 있었다”며 주장했다. 시행사 관계자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영도대교 복원 공사 당시 해당 건설사가 기초공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인근에 24층 규모 호텔 건립도 진행 중이어서 우리 측 공사로 인한 균열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수 있다”고 맞섰다. 이들은 2013년 영도대교 보수 공사 당시 롯데건설사가 시행한 옹벽과 계단 아래 기초 도면을 확보해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시설공단의 견해는 달랐다. 영도대교 복원 작업에 참여했던 문화재위원인 동아대 김기수(건축과) 교수는 당시 공사의 부실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김 교수는 “안전성 여부를 확인한 뒤 보수공사를 한 것으로 안다. 이후 일어난 균열은 건축물 안정화 기간에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현재와 같은 균열 침하 전도의 상태는 심각해 기초공사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설공단 측도 수시 순찰 점검과 연 2회 교량 정기점검 결과 부실 공사를 지적할 사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향후 공사로 균열이 커지고, 전이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시설공단 자문위원인 부산대 임종철(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반 아래가 모래층이라 차량만 다녀도 균열이 가기 쉽다. 균열을 최소화하는 공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훼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문화재위원인 부산대 이호열(건축과) 교수는 “영도대교는 부산시의 상징적인 문화재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건물을 짓는지 몰랐다. 근대구조물인 영도대교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문화재와 공사 대지 간격이 1.2m에 불과한 점 ▷보호막 없이 문화재에 공사 차단막과 비계 파이프가 설치된 점 ▷착공 후 균열 경과가 확인되지 않은 점 ▷현상변경 허가 없이 균열 부위에 시멘트 반죽을 바른 점 등에 유감을 나타냈다.
시공사 측은 이날 균열 침하 전도 변이를 조사하는 계측기를 계단과 옹벽에 설치하고 문화재위원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수시 감독을 받으며 공사를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오는 28일에는 부산시 문화재위원회에 참석해 균열 원인을 설명하고 이후 공사방법과 문화재 복원, 보존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문제가 된 곳 외에도 영도대교 전반의 훼손 정도를 점검하고 복구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시는 문화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영도대교 안전진단과 문화재 복원에 관한 용역을 시설공단에 의뢰할 방침이다. 부산시 이병진 문화관광국장은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화재 전반에 걸쳐 점검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