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들 영화 제작에 큰 도움
- 혜광고 후배 김윤석 등 출연
- 28회 동기들 단체 관람 예정
- 올해 30주기 추모열기 불 지펴
“1월이면 한겨울인데 눈도 아닌 겨울비가 내리더이다. 생때 같은 우리 애가 누워 있는 걸 보는데 마음이 참….”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모 박정애 씨는 20일 본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끝내 목이 멨다.
부산 출신으로 제5공화국 시절이던 1987년 1월 세상을 뜬 박 열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고모 박 씨는 집안의 자랑이던 조카의 주검을 마주하던 30년 전 그날의 일들을 기억했다. “버스 한 대를 전세 내 가족이 함께 서울로 갔습니다. 기자들이 우리 가족에게 뭐라도 물을라치면 따라붙은 정보부 직원들이 발꿈치로 기자들 발을 짓밟았어요. 당시의 주민등록증만한 크기의 기사가 어떻게든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리면서 많은 시민이 조카의 죽음을 알게 됐습니다.” 박 씨는 “멀쩡한 사람이 흔적도 없이 죽어 사라지는 시절이었다. 그래도 6월 민주항쟁과 민주화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장준환 감독과 직접 만나 박 열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알려주고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한 사람은 박 열사의 형 박종부 씨다. 박 씨는 “2015년 장 감독이 작가와 함께 찾아왔다. 수사기관이 동생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정황을 소상히 설명했고, 동생의 기념관에서 안경이나 옷가지 등을 제공했다. 영화에는 실제 동생이 썼던 물건을 토대로 제작한 소품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동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걱정도 따랐다. 박 씨는 “영화가 너무 다큐멘터리처럼 돼 잘 알려지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상업성에 치중하게 될까 염려했다”면서도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봤는데 만족스럽다 ”고 소감을 밝혔다.
소재부터 제작 과정까지, 부산을 ‘산파’로 삼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이들도 박 열사와 인연이 깊은 이들이다. 주연배우 김윤석 씨는 박 열사가 졸업한 혜광고 출신으로 박 열사보다 두 해 후배다.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우 오달수 씨 또한 혜광고를 나왔다.
사회의 중견으로 자리 잡은 박 열사의 혜광고 동문 또한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 열사와 동기인 혜광고 28회 동기회는 영화가 개봉하는 오는 27일 오후 롯데시네마 광복점의 144석 규모 상영관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가슴에 묻은 벗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오랜 친구, 가족과 함께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박 열사 사망 30주기인 지난 1월 이들은 중구 남포동 광복로에서 ‘고향 친구들이 친구 종철이를 추억하다’는 제목으로 음악회와 사진전을 열어 박 열사를 추모했다. 동창회 관계자는 “영화 개봉으로 더 많은 이들이 박 열사의 희생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