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년 경력… 화요일마다 봉사도

“딱 머리 모양만 봐도 어떻게 깎아야 할지 보입니다.”

43년 경력의 김자용 씨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서정빈 기자

미용실은 많아도 동네 이발소는 찾기 어려운 요즘, ‘김자용 바버헤어’ 대표인 김자용(62) 씨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서만 43년간 이발사의 길을 걸어왔다. 손님의 머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능숙하게 가위질을 하는 그의 손길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김 씨는 1974년에 이발을 시작했다. 김 씨는 “그땐 전국 어디든 이발소가 있어 이발사가 되면 밥은 굶지 않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우연히 접한 이발사란 직업은 곧 천직이 됐다. 김 씨는 1977년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미용·이발 부문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실력자다.

김자용 바버헤어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면도를 받으러 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이다. 전기면도기가 보편화됐지만 면도만 받으려고 찾는 손님이 전체 손님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김 씨는 “면도는 이발소에만 있는 특화된 서비스”라며 “투박한 전자면도기 날에 이리저리 긁힌 사람들이 찾아갈 곳은 이발소밖에 없지 않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매주 화요일은 김 씨의 유일한 휴일이다. 그러나 쉬는 날에도 김 씨의 가위질은 멈추지 않는다. 김 씨는 화요일이면 요양병원을 찾아 치매·중증 환자에게 이발 자원봉사를 해왔다. 김 씨는 “경제적으로 힘든 중증환자들이 고맙다며 요구르트를 손에 꽉 쥐여줬을 때 울컥했던 기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밝혔다. 그는 금정구가 시행하는 ‘효사랑 헤어숍’ 사업에도 참여한다. 이 사업은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이발 요금을 50% 할인해주는 사업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위를 잡았지만 경력에 안주하지 않고 부경대 평생교육원에서 미용학을 이수하는 등 이발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김 씨는 “종종 방문하는 동네 청년들을 위해 최근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인 ‘투블럭’도 배웠다”며 “이발사도 끊임 없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