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에 300억 원짜리 땅이 있고 현금만 13억 원 있어.”
지난 8월 23일 부산 동래구 한 속옷 매장. 화려한 복장을 한 이모(59) 씨가 속옷 매장 업주 정모(여·66) 씨에게 돈 자랑을 늘어놨다. 이 씨의 가방에는 백화점 상품권과 은행 봉투가 수두룩했다. 이 씨는 정 씨에게 자신이 골프동호회 회장인데 회원들에게 선물할 속옷이 필요해 대량 구매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씨는 “이 속옷을 선물해도 될지 부산의 한 백화점 매니저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속인 뒤 정 씨와 함께 부산진구 한 백화점으로 갔다. 정 씨에게서 140만 원 상당 속옷 7점을 받은 이 씨는 그대로 도망갔다. 정 씨는 이 씨에게 속은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사기·절도 혐의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씨는 2014년 12월 경기 의정부 한 옷가게 매장에서 정 씨에게 재력을 과시했던 수법으로 매장 업주를 속여 250만 원을 받아내는 등 의류·속옷 매장 업주 3명에게서 3회 336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옷가게 매장 업주와 함께 경기 한 백화점을 돌며 “지금 돈이 조금 모자라는데 현금 250만 원만 빌려달라”고 속인 뒤 그대로 도망쳤다. 이 씨는 주로 50, 60대 의류·속옷 매장을 하는 여성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주거지 없이 부산역 대합실 등에서 노숙한 이 씨는 화려하고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옷을 세탁해 물품보관함에 넣어 필요할 때 입는 치밀함을 보였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