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기업·대기업 관련 판결
- 사측 ‘신의칙’ 호소 수용 줄고
- 회사 지급여력 고려한 판결 늘어
- 법원 “퇴직금도 재산정해야”
부산환경공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최대 쟁점이었다. 부산지법은 앞서 2015년 부산시 산하 최대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들어 정급상여수당(기본급의 400%)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부산환경공단의 소송에서는 통상임금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편성 예산 가운데 인건비 비중을 고려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산정했다.
■ 법원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 없다”
부산지법 민사6부(이균철 부장판사)는 부산환경공단 직원 508명이 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청구 일부를 인용하면서 공단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했다고 5일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통상임금을 정의하는 규정이 없다. 다만 2013년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으로 규정했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의칙 법리를 제시했다. 이후 신의칙은 통상임금 소송 때마다 사측의 핵심 근거로 자리 잡았다. 환경공단도 “노조의 요구는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그로 인해 공단에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줘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7년 공단의 예산 확정액이 1315억200만 원이고 이 중 인건비는 408억6344만 원으로, 비록 부산시 산하 기업인 공단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인건비 예산을 결정할 수 없지만 이 사건의 장기근속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해 추가 지급하더라도 공단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근 있었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법원은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을 인용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의 성격 외에 사측의 지급 여력을 염두에 둔 판결을 많이 내리고 있다.
부산지법은 2015년 부산지하철노조가 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신의칙을 들어 정급상여수당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여수당 중 정급과 보수월액의 100%에 해당하는 성과급 부분과 가계보조비, 선택적 복지비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어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급부분까지 통상임금으로 지급하면 교통공사가 226억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며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안 된다고 판결했다.이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 “퇴직금도 재산정 지급해야”
재판부는 쌍방이 임금으로 인정한 이 사건의 ▷장기근속수당 ▷운영수당 ▷교통비 ▷장려수당 ▷위험수당 ▷직책수행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수당 등에 있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근속가산금(일정 기간 근무 때 지급)은 고정성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면서 임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복지포인트도 ‘임금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을 의미한다’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통상임금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공단이 장기근속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은 채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도 적게 책정됐으므로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공단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의성실의 원칙
법률 관계 당사자는 상대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로 적용된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