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알베르트 마이어 전 헬레네 랑에학교 수석교사
- 학교와 교사가 학생을 믿고 상향식 민주적 의사소통 할때
- 새 교육과정 학습효과 나타나…변화과정 거쳐야 혁신 가능
# 핀란드 사투 엘로 국가교육청 카운셀러
- 무학년제로 진행되는 수업, 학생 스스로 계획 지속적 성과
- 정부가 직접 평가하지 않아도 학교별 학업성취도 상향평준화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학교나 덴마크 헬레럽 학교는 유럽 혁신학교의 성공 모델이다. 독일 캠퍼스 클라렌탈을 벤치마킹하려는 발걸음도 잦다. 교육 선진국의 혁신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독일과 핀란드의 교육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한국 혁신학교의 미래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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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비스바덴 시에 있는 종합학교 캠퍼스 클라렌탈 교정에서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이 편안한 자세로 수업하고 있다. 2007년에 설립된 이곳은 생후 6개월부터 고등학생까지 재학 중인 실험적인 학교다. 정홍주 기자 |
■독일-알베르트 마이어 전 수석교사
알베르트 마이어 씨는 1981년부터 독일 헤센주의 중등종합학교인 헬레네 랑에에서 독일문학·역사 교사로 교직을 시작했다. 그의 삶은 1986년 ‘새로운 학교 만들기’에 나선 에냐 리겔 교장이 취임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교육과정은 ▷일률적인 학습에서 개별화된 학습 ▷학문이 융합된 학습 ▷프로젝트·질문 중심으로 변화했다. 마이어 씨도 처음에는 한국의 혁신학교 교사와 마찬가지로 교사의 임무나 수업방식을 모두 새로 익혀야 해 변화의 과정이 달갑지는 않았다고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헬레네 랑에는 독일 공교육 개혁의 성공 모델로 거듭났다.
지난달 독일에서 만난 마이어 씨는 자신의 혁신학교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37년간 교사생활을 한 뒤 은퇴해 현재는 혁신학교 전문가의 삶을 살고 있다. “혁신학교는 예술·사회활동·민주주의를 직접 배우는 체험의 장이자 혼자가 아니라 함께 배우는 공동체입니다.”
독일의 혁신학교 운동은 1980년대 말 학교를 지루해하는 학생들의 현실과 소수 상위권만을 위한 엘리트 교육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됐다. 5~10학년이 다니는 중등 종합학교인 헬레네 랑에 학교는 교사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와 학습 방법을 선택하는 자기주도적 ‘열린 학습’과 여러 과목이 결합된 주제별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 또 민주시민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들은 학급 규칙과 규정을 스스로 만들고 분쟁 해결에도 참여한다.
마이어 씨는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믿고 권한과 책임을 줄 때 효과적인 학습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평생 살아가면서 배움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워주고자 합니다. 한국이 이런 혁신학교를 만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건 상향식의 민주적 의사소통입니다.”
유럽 혁신학교에서 만난 교사들은 공통으로 학교의 주요 가치에 대해 “경쟁이 아닌 협력”이나 “학교의 중심은 학생과 교사”라고 강조했다. 마이어 씨 역시 미래 교육은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시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방법과 라이프 스킬 중심 교육을 해야 합니다. 혁신학교들이 팀워크와 협력적 활동 중심으로 수업 과정을 새로 설계하는 것도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이어 “학교가 마을로 나가야 한다. 곧 마을이 학교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중심·융합 수업을 제대로 하려면 적절한 공간이 필요한데, 학교를 넘어서는 마을이란 공간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 교육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수학, 물리 같은 필수 과목뿐만 아니라 예술·음악·문학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예술이 교육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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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알베르트 마이어 전 헬레네 랑에학교 수석교사(왼쪽), 핀란드 사투 엘로 국가교육청 카운셀러 |
■핀란드-사투 엘로 카운셀러
사투 엘로는 무학년제(혼합 연령)를 통해 학습 패러다임의 본질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학교인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학교에서 교장을 지냈다. 현재는 핀란드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가교육청에서 카운셀러로 일한다. 국가교육청은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국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교 혁신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핀란드 교육에 대해 그는 “학업 성취도에서 학교 격차가 별로 없고 모든 측정지표에서 거의 1등을 차지하는 나라,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학습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나라”라고 소개했다.
엘로 씨는 “핀란드 학교는 매우 독립적이다. 학교 스스로 교육 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평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정부가 학교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가 1년 동안 시행한 교육과정에 대해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하거나 자치단체 또는 학교 스스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로 학교를 서열화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현재 핀란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현상기반교육’(Phenomenal Education)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과목별 학문이 아니라 특정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다. 예컨대 과학, 문학, 신학 등 단일 교과들이 함께하는 융합교육이나 프로젝트 수업과 같은 것이다. 전통적인 수업 과정이 의사소통 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력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대체되며 이는 느리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낡은 교육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라토카르타노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수업이 ‘무학년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연령이 다른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졸업할 때까지 생활한다. 모든 학생들은 개별적인 학업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게 된다. 학생들은 1~9학년이 아닌 하나의 학습 그룹에 소속된다. 모든 학습은 지속적인 성과를 전제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능력에 맞게 공부한다. 평가는 비교 평가가 아닌 개별적으로 수립한 목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사람들의 의심과는 반대로 무학년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행동과 학습결과는 전반적으로 향상됐습니다. 이는 개인마다 학업 속도가 다른 학생들이 유연한 수업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는 데서 비롯한 것입니다. 또 평균 수준의 학생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학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한국의 혁신학교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그는 “학교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은 한국의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핀란드=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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