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편의점노조 설립 하겠다”

“인터넷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는 최저시급(6470원)을 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 시급은 5700원이었다. 가게 사정이 좋지 않아 매달 적자니 이해해 달라는 점주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점장은 배가 고프면 폐기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라고 했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난 음식은 먹어도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매장에 진열된 4000원 짜리 도시락이 먹고 싶었지만, 내가 밤에 잠도 못 자고 40~50분을 일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니 배고픔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14일 부산청년유니온이 발표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노동권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 청년의 ‘노동일기’다. 청년유니온의 조사 결과 부산지역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47%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54%가 폐기 음식을 먹으면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5~7월 부산지역 20, 30대 연령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4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79%는 만 29세 이하 청년이었다. 이들 중 1년 이상 근무자는 19.1%로, 2010년 조사의 7%보다 현격히 높아졌다. 주 40시간 이상 노동 비율도 32%로 나타났다. 편의점이 단시간 일자리가 아니라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하는 일반 직장으로서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47%가 근로계약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았고, 45%는 작성은 했지만 점주에게 받지 못했다. 근로계약서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명시된 서류로, 고용주는 반드시 작성 후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최저임금과 실제 시급의 간극도 크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53%였다. 반면 최저임금보다 최소 470원이 작은 5501~6000원 이하가 18%, 5000원 이하 시급을 받는 노동자도 8%나 됐다. 그나마 2010년 최저임금 준수비율 33%보다 높아진 게 위안이다. 또 법에 명시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도 74%였다. 편의점 노동자 73%가 식대를 받지 못해 폐기음식을 먹거나(54%) 도시락을 싸 오고(8%) 있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유니온은 공정한 편의점을 만들기 위해 편의점 본사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 및 수당을 직접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전익진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편의점 노조가 생겨야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올해 안에 20명 이상이 참여하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