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에 사진·글 올린 20대
- 누리꾼들 관심 끌어 대리만족
- 성적 조롱 댓글 단 10대 입건
- 법원 11일 가해학생 실질심사

“라면 먹고 부었습니다. 라면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거짓말로 다른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는 ‘허언증 놀이’의 소재로 전락했다.

8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모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모(22) 씨는 페이스북 유명 페이지인 ‘허언증 갤러리’에 피해학생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피해자 부모가 ‘딸이 우스갯거리가 됐다”며 고소장을 접수하자 충남 천안에 사는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폭행을 당해 부은 피해자의 얼굴을 라면 먹고 자다가 일어나 부은 것처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은 ‘허언증 갤러리’ 측이 게시물을 삭제했을 때는 이미 다른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진 다음이었다.

김 씨는 경찰에서 “폭행당한 사진인 줄은 알았으나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지 모르고 게시물을 올렸다”며 “게시물을 삭제하려 했으나 이미 인터넷에 퍼져버린 뒤였다”고 진술했다.

사진이 올라간 ‘허언증 갤러리’는 온라인에서 농담 섞인 거짓 게시물을 올리고 반응을 즐기는 곳이다. 재치 있거나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하면 누리꾼들이 “좋아요”와 댓글로 화답한다. 일종의 망상놀이를 통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거나 대리만족 욕구를 충족하는 공간이다.

경찰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피해자를 조롱함 혐의(모욕)로 김모(17) 군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 군은 피해자가 고소한 또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로, 인터넷 상에서 피해자의 사진에 성적으로 조롱하는 댓글을 달거나 가족을 모욕하는 댓글을 쓰고, 피해자의 사진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수정한 뒤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종 전과가 있는 김 군은 경찰조사에서 재미를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 가족들이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희화화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추가 고소가 이어지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폭행 피해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는 내용의 글·사진·영상을 유포하기만 해도 가해행위가 돼 처벌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맡은 부산지법 서부지원 강경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상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해자 A 양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송진영 박호걸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