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의 주민 얼굴 촬영 지침도
- 일방적 홍보, 내부서도 비판
6일 오전 10시30분 부산 동구 한 주민센터. 부산시 소속 5급 팀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A 씨가 “어디 가면 동네 주민을 많이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A 팀장은 1시간 동안 경로당과 노인이 많이 찾는 병원을 들러 원도심 통합 효과가 적힌 팸플릿을 나눠줬다. 비슷한 시각 부산시청. 부서마다 한창 일해야 할 시간인데 5급 팀장 자리는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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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도심 4개 구 통합시민공청회에 참가한 중구 주민들이 부산시의 원도심 통합 논의가 일방적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부산시는 이날부터 원도심 통합 대상인 중·동·서·영도구에 5급 공무원 350여 명을 투입했다. 원도심 통합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하라는 취지였다. 공무원들은 8일까지 최소 한 차례 현장을 찾아 ▷인구 감소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 극복 ▷역사 유물의 통합관리로 정체성 회복 ▷자치단체의 경계조정 갈등 해결 ▷복지 확대를 위해 원도심 통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홍보를 해야 한다. 공무원을 시켜 여론몰이한다는 비판이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나온다.
앞서 부산시는 전날 5급 공무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구체적인 홍보지침을 교육했다. 방문해야 할 4개 구의 주요 시설과 주소가 적힌 문서도 배부했다. 가령 부산시 자치행정담당관실 공무원들은 중구 남포동의 병·의원과 은행·종교시설을 찾아야 한다. 방문한 다음에는 원도심 통합에 관한 여론이 어떤지를 활동 내역서에 적어 제출해야 한다. “홍보 활동 중 거세게 항의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굴을 촬영해 보고하라”는 지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의 한 주민은 “원도심 통합 여론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 찬반 의견을 공평하게 듣겠다던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원도심 통합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5급 공무원은 “부서마다 해결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 실무를 총괄해야 할 5급 직원에게 본래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시키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최현호 사무처장은 “지금이 군사정권도 아닌데 공무원을 시켜 여론몰이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고 비판했다.
박대선 원도심통합기획조정TF팀장은 “4개구 통합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일부 기초단체의 경우 구청장과 구의원이 원도심 통합의 단점만을 부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통합의 효과를 알려 균형을 맞추자고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화영 이준영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