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 봤다는 신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 거대 들개 출몰, 와전 가능성
지난 17일 영화 ‘장산범’이 개봉하면서 부산 해운대구 장산에 실제로 호랑이가 살았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웹툰 ‘아일랜드’와 ‘2013 전설의 고향’에서 “기괴한 울음소리로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다”는 콘셉트의 요괴로 장산범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음 웹툰에는 영화 연계작품인 ‘장산범’(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이 연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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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장산범’. |
장산 호랑이와 관련된 가장 최근 기록은 1992년 5월 10일 자 한 매체에 보도된 기사다. 기사를 보면 1992년 5월 8일 정모(당시 36세) 씨와 일행 4명이 장산 사격장 근처에서 길이 2m가량의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2마리를 발견했다고 부산 남부경찰서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실제 호랑이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장산 호랑이의 행방은 드러난 적이 없다. 해운대구와 장산에 주둔하고 있는 육군 제53보병사단에는 호랑이를 발견했다는 신고나 보고가 접수된 적은 없다. 다만, 호랑이가 아닌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서식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있다.
장산이 석대천 등 하천의 발원지여서 물이 충분하고 예로부터 장산 인근 민가에서 가축을 키워 먹잇감이 풍부했다는 게 근거다.
향토사학자 김병섭 씨는 “해운대구 반여3동에는 범굴이라는 지명이 있다”며 “장산 일부 지역이 군사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는 만큼 삵 정도는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장산범은 요괴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호랑이와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식적인 설화집이나 민담 채록집에서 장산범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민속학자 최상수 교수의 ‘한국민간전설집’(1984)에는 장산범이 등장하지 않는다. 부산시의 동부산권 민담 채록집에도 장산범 전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장산범은 전설이 아닌 최근에 만들어진 도시괴담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장산범이 회자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목격담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의 배경으로는 장산의 지리적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 보호구역으로 묶여 민간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인 만큼 신비감이 클 수밖에 없는 곳이다. 과거 장산에 주둔한 미군 부대와 장산 정상 지뢰지대의 공포심이 응축되어 장산범이라는 괴담으로 탄생했다.
장산반딧불이동아리 옥숙표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장산에는 30㎏이 넘는 흰색, 검은색 들개 두 마리가 살았는데, 이 개를 보고 놀란 사람들의 소문이 퍼진 것 같다”며 “일반인 출입이 힘들었던 시기라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