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면산업 발달했던 부산
- 잠복기 끝나면 환자 속출
-“시민 3명 중 1명” 추산도
- 공장 주변 주거 등 이력추적
- 법에 가로막혀 실행 부진
30대 송모 씨가 지난달 부산 모 병원에서 세상을 등졌다. 사인은 석면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 부산시에 따르면 20~30년간 석면 피해 사실을 모르고 지냈던 그는 네 살배기 아이를 남겨두고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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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가 부산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석면 노출 지역 주민건강영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
송 씨는 유년기 6년을 석면공장 옆에서 보냈다. 1969~1992년 운영된 부산 최대 규모 석면섬유 방직공장인 제일화학의 담벼락에서 50m 떨어진 Y초등학교가 그의 모교였다. 그는 부산시의 석면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2011년 시작된 정부의 석면 피해 건강검진도 받지 못했다. 송 씨는 30대 중 석면 피해로 숨진 전국 첫 사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잠복기가 끝난 3040세대의 석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내년부터 부산시민의 석면 검진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반발이 거세다.
■ 제2의 송 씨 얼마나 더?
문제는 ‘제2의 송 씨’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산에는 2009년까지 제일화학처럼 석면을 사용한 공장은 29곳에 달했다. 석면포와 차량 브레이크 라이닝, 슬레이트 지붕 제조공장 등이 포함된다. 석면 광산인 충청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석면을 다루는 가공산업은 부산에서만 발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일본에서 석면산업이 유행하고 원재료 등이 선박을 통해 부산항에 들어와 석면산업이 부산에 뿌리내렸다”며 “1980년까지 산업화 시기에는 석면의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석면산업이 대유행했다”고 분석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돌산마을과 동구 범일동 매축지마을에도 지붕과 벽면을 석면 슬레이트로 만든 주거지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수리조선소가 밀집한 부산의 입지도 문제다. 오래된 배는 엔진을 보호하는 보온재 등에 석면이 사용됐는데, 조선소에 근무하거나 근처에 사는 주민은 석면에 대거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의 석면발생원 411곳 중 수리조선소가 360곳이나 포함된다.이런 독특한 환경 탓에 부산 시민 3명 중 1명은 석면 질환을 잠재적으로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 씨의 사인으로 밝혀진 악성중피종은 석면 가루가 폐와 흉막에 쌓여 생기는 종양인데, 석면 노출 뒤 20년 이상 지나 발병하고 1~2년 내 사망하는 희소질환이다.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석면 건강검진을 하는 양산부산대병원 강동묵 석면환경보건센터장은 “오는 2045년까지 부산에서 석면 매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개인정보법에 市 소극 대처
해결책은 한 가지다. 이른 시일 내 최대한 많은 석면 피해자를 찾아내 검진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를 알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적극적인 검진을 하지 못한다. 더욱이 내년부터 환경부의 검진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지금 수준의 검진조차 벌일 수 없게 된다.
현재 부산시와 양산부산대병원은 석면 피해가 우려되는 74개 지역 주민을 상대로 석면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홍보한다. 검진은 신청서를 써낸 이들만 받는다. 자신도 모르는 새 석면 질환을 악화시켜가는 이들을 조기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29개 석면공장 주변에 있던 초중고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활용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부산시도 석면공장 주변 학교에 다녔던 학생 이름과 생년월일로 그들의 현재 주소를 추적하려고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법 위반(사생활 침해)”이라며 이를 제지했다.
강동묵 석면보건센터장은 “찾아오는 시민만 검진하는 방법으로는 환자를 제대로 골라낼 수 없다”며 “개인 정보보호권보다 생명권이 더 소중하다. 부산시가 행안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