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개발로 피폐해진 농촌마을
- 3년 전부터 주민들 의기투합
- 장척계곡에 수영·캠핑장 조성
- 2만 명 몰리는 피서지로 변신
- 산딸기 따기·한지 만들기 도입
- 볼거리·체험 공존 테마마을로
경남 김해 시내에서 삼계동 방면으로 차를 달리다 산등성을 타고 오르내리기를 30여 분. 상동면 대감마을에 도착하니 방문자를 반기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10여 곳의 공장이었다. 1970~1980년대 부산 등지에서 이전해 온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순박한 농촌마을은 난개발의 현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담장 위에 형형색색의 벽화가 이어지는 아담한 동네가 나타났다. 이 마을의 상징인 도자기와 옛 도예인들의 모습이 담장을 캠퍼스 삼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역사 문화마을로 변신을 시도 중인 것이다.
난개발로 몸살을 앓아온 상동면 대감문화마을에 최근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3년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명산 장척산 계곡에 조성한 수영장과 캠핑장에 거짓말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낳은 결과에 주민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피폐해진 농촌마을에 희망가가 힘차게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대감마을은 바야흐로 도시민을 위한 먹거리, 볼거리 등을 오롯이 갖춘 힐링 체험마을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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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대감문화마을에서 방문객들이 뗏목 체험을 하고 있다. |
■난개발마을, 사람냄새 나는 곳으로
이 마을에 도착하면 2층짜리 허름한 마을회관이 눈에 띈다. 빈 창고를 개조해 만든 건물 1층의 '백파선(百婆仙) 쉼터'라는 커피숍은 대감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아리타 도자기의 여신이 된 도공 백파선을 기려 만든 스토리텔링형 테마카페다.
카페 안에는 백파선 조형물과 지역 도예인이 기증한 도자기 작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마을 주민은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제법 많다"며 귀띔해 줬다. 대감마을에는 250세대 600여 명이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80여 명에 이른다.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3년 전 계곡에 500여 ㎡(150평) 남짓의 수영장 2곳을 만들어 피서객을 받자 방문객이 이듬해 여름에는 8000여 명, 지난해는 1만2500여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1인당 2000원을 받아 조성한 수익금은 마을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됐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게 한 공로로 산모에게 100만 원씩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틈틈이 경로잔치를 열어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가을에는 작은음악회가 열려 청아한 연주 소리가 계곡에 메아리친다.
자신감을 얻은 주민들은 한발 더 나아가 마을 콘셉트 만들기에 돌입했다. 대감마을개발위원회 이선엽 사무국장은 "예로부터 이 마을은 삼통(三通)으로 유명하다. 분청도자기 시원지와 환곡창고, 야철지(가야시대 철제련소)가 마을에 있었다. 마을의 상징을 통해 마을을 브랜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뒷산에서 김해 유일의 조선 초기 분청도자기 가마터가 발굴되면서 이 마을은 일약 김해지역의 원조 도자기 마을이 됐다. 김해시 예산 지원을 받아 마을벽화를 그리며 단장도 진행 중이다.
■이색적인 체험거리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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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감문화마을 앞 계곡에서 메기 잡기 체험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장척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을 활용한 물놀이장이 최적의 체험 장소다. 얼음처럼 찬 계곡물로 인해 장척계곡에는 피서객이 많았지만 난개발로 찾는 이가 크게 줄었다.
물놀이장은 '대감 워터파크'로 불린다. 메기 등 물고기 잡기 체험과 뗏목타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천을 안전하게 건너 물놀이장을 오갈 수 있도록 구름다리도 설치했다. 여기다 참가자들은 인근에 있는 롯데 자이언츠 상동야구장에서 야구경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마을 이봉수 개발위원장은 "앞으로 마을은 볼거리와 체험이 공존하는 농촌 테마마을로 변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마을에서는 산딸기 따기와 농사짓기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과거 마을 주변은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곱게 만든 한지를 포장해 5일장인 김해장을 찾아가 현금으로 교환했다. 주민들은 다시 이곳을 한지 체험장으로 만들어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다 심신이 지친 도시민들을 위해 농촌 체험과 민박을 운영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대감마을 영농법인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최고의 체험 마을로 만들기 위해 수년 전부터 바구니 등을 만드는 짚풀공예도 배우고 있다. 농촌의 인심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대감마을이 머잖아 국내 최고의 체험마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김해시문화관광사업소장은 "대감마을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분청자기, 고려청자, 백자 도자기 가마터가 있던 마을로 체험과 관광 요소를 모두 갖춘 곳이다. 이 마을에 관광객이 머물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