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광장 '국민 마이크' 행사
- 3분간 억울함 호소·정책 토론
- 문 대통령에 모든 의견 전달
- 부산시청 앞 광장은 화분 점령
- 시민제안 코너 대부분 민원 그쳐
- "민관협치 시민소통국 설치해야"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1979년 부마민주항쟁과 1987년 6월항쟁에 이어 촛불혁명에서 공통적으로 터져 나온 요구다. '일상의 민주화'는 헌법 1조 1항처럼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정권에 대한 저항은 언제나 권리가 무시될 때 분출됐다. 분노를 참을 만큼 억눌렀다가 짱돌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정권 퇴진"을 목이 타게 외쳐야 세상은 겨우 조금씩 바뀌었다. 주권 행사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는다. 민주주의가 물처럼 흐르려면 상시화된 소통 플랫폼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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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국민마이크 행사가 서울 광화문 1번가에서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다음 달 12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며, 여기서 나온 의견은 정부 정책 수립에 반영된다. 행정자치부 제공 |
■서면에 '부산 마이크' 광장 조성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시작됐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 이야기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고 국가 정책 수립에도 관여했다. 부산에는 아고라가 없다. 나이와 지위 관계없이 계급장을 떼놓고 제 요구를 외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렵다. 부산역광장처럼 빈 공간이 보이면 어김없이 건물을 세우거나 조형물을 설치한다. 이걸 '발전'으로 해석한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서울 광화문광장은 '아고라의 한국판'이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국민 마이크' 행사를 열고 있다. 마이크를 든 사람은 누구나 3분 동안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거나 국가 정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청년의 동료는 "친구가 죽었지만 여전히 우린 비정규직이다. 안전업무 종사자의 정규직 전환을 서둘러달라"고 절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은 "국립 독성병원 설립"을 주장했다. 사법시험 존치나 ▷군복무기간 12개월로 단축 ▷성 소수자 보호 ▷사드 즉각 철수와 같은 의견도 터져 나왔다.
여기서 나온 의견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돼 정책 수립에 반영된다. 국정기획위는 다음 달 중순까지 국민마이크와 정책제안 온·오프라인 참여광장인 '광화문 1번가'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8월 말 최종보고서를 발간한다. 행정자치부 신승렬 국민참여정책과장은 "국민마이크와 같은 소통창구를 상설화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이런 상설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부산시청 앞 광장은 거대한 화분으로 뒤덮혀 있다. 각종 집회나 시위를 차단하려는 꼼수"라며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부산진구 서면이 '부산 아고라'의 장소로 가장 적당하다. 서면 중앙대로의 차로를 절반으로 줄여 한쪽은 아예 인도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시민소통국' 만들자
부산시는 "홈페이지와 우편·전화를 통해 정책을 받는 '시민제안'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며 부산마이크 설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300여 건의 제안을 심사해 10여 명에게 '노력상'(20만 원 상당)을 수여했다. 대부분 불편·불만에 관한 민원성 내용이어서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6개월간 제안이 300여 건에 그친 것은 홍보가 덜 됐다는 증거다. 귀 기울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생색내기만 한다"고 반박한다.
지난달 27일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토론회'를 연 서울시 행보는 참고할만 하다. 서울시는 당시 3000명의 토론 결과물인 ▷미세먼지 심한 날 2부제를 자율 시행하고 출퇴근시간 대중교통요금 면제 ▷서울형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 시행과 같은 10대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
한편에선 민관협치 체제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해몽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장은 "행정이 시민을 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며 "시민과 시민사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목소리를 듣는 '시민소통국'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시민사회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고 행정이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중간 조직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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