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생 21%만 '부마항쟁 안다'
- 적극적인 경기도·광주 비해
- 부산 민주주의 교육 절대 부족
- 지역화교과서 '항쟁' 4쪽 그쳐
- 입시 쫓겨 주로 개념 암기만
- 권리 보장과 목소리 내는 법
- 정규교과에 담아 체득하게 해야
#장면 1=독일의 고등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 '시민교육' 수업을 한다. 교사가 미리 주제를 알려주면 학생들은 자료조사를 하고 토론한다.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를 주제로 한 토론은 몇 주 동안 이어졌다. 독일에선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시민교육을 받는다. 정치·사회·환경·노동을 비롯해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의 강의가 개설된 시민대학과 정치교육원이 전국 1000여 개에 달한다.
 |
| 부산 낙동고 학생들이 벌점자가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자치법정을 열고 있는 모습. 전문가들은 이러한 토론 문화가 민주주의 교육의 첫 걸음이라고 지적한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
#장면 2=광주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모(30) 씨는 5·18민주항쟁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제작한 '5·18 인정교과서'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광주의 역사는 곧 민주주의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초등학교 시절 배웠다"고 말했다.
#장면 3=부산의 청소년들은 중·고등학교 도덕·사회 교과서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운다. 민주주의 단원의 분량이 적고 내용도 헌법상 권리를 단순 나열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빈칸 채워넣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도 주권의 개념과 헌법의 중요 대목을 단순 암기만 할 뿐 실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우지 않는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 과정에서 체험·토론 위주의 민주시민 교육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30년을 맞은 6월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에 대해 대학생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14년 5·18기념재단이 광주평화방송과 공동으로 부산대와 전남대 신입생 7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산대의 21.5%만 부마민주항쟁을 '잘 알거나 어느 정도 안다'고 답했다. 당시 응답자의 94.1%는 '교과서가 부마민주항쟁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일상에서 민주주의가 숨쉬려면 공교육부터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경기·광주 등 민주시민 교육
경기도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전담부서를 운영한다. 2013년에는 '민주시민 교과서'라는 보조교재 4종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초중고교에 보급했다. 서울·충남·전북·광주시교육청도 업무협약을 통해 2015학년도부터 경기도가 개발한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도 2009년 5·18재단과 함께 5·18 인정교과서(초등학생용·중고교생용 2권)를 개발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5·18 민주화운동 교육을 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도덕·사회·한국사 교과 수업시간에 5·18을 배운다. 올해는 지난 5월 18∼27일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 주간'으로 정해 모든 학교가 2시간 이상 5·18 교육을 진행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민주시민교육지원 TF팀을 운영 중이다. 학생자치활동 활성화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민주시민 체험활동'을 지원한다.
■입시 벽에 막힌 학교 민주주의 교육
'부마민주항쟁'의 근원지인 부산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인프라나 정책이 부족하다. 교재 역시 지난 3월 발간한 지역화 교과서인 '부산의 재발견'에서 4쪽 분량으로 부마민주항쟁과 6월민주항쟁을 다룬 것이 전부다. 부산시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 강화에는 공감한다"면서 "지역화교과서를 사회교과 보조교재로 활용하거나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 시간에 자율적으로 시민교육이 이뤄지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교육이 희망이다'의 저자인 영산대 장은주 교수는 "부산을 비롯해 다른 시도 역시 민주시민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 교사와 학생 모두 '입시'라는 벽에 막혀 있는 탓이다.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받고 개인의 의견을 어떻게 국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는 배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시민교육의 한 모델로 일부 혁신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생 자치회를 들었다. 부산의 혁신학교들은 전체 학생이 모여 스스로 안건 및 해결방법을 찾는 '다모임'을 운영하며 민주주의의 기본소양을 체득하고 있다. 장 교수는 "유럽의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해야 민주주의를 더 잘 발전시키고 운용할 수 있을지를 정규 교과시간에 배운다. 6월 민주화운동 30년을 맞아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