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지원금 2007년 1억 원서
- 1200만 원으로 축소되는 등
- 6월항쟁 사업 예산 급감
- 관변단체 지원금은 확대
- 광주 창원 등 '성지'는 물론
- 서울 대구도 조례 만들어
-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지원
- 시 "조례 제정 적극 검토"
6월민주항쟁 30년을 앞둔 31일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의 고민이 깊다. 주요 기념행사의 예산이 10년 전에 비해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지원금이 2007년 1억 원에서 올해 1200만 원으로 대폭 감면됐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인 부산민주공원 김종세 관장은 "부산시장을 지낸 문정수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서병수 부산시장을 찾아 읍소하자 시가 300만 원만 추가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
| 부산여성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민주항쟁 29주년인 지난해 6월 10일 부산진구 부전도서관 앞에서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
20주년 때는 부산진구 서면~부산역 5.5㎞에서 기념퍼레이드가 성대하게 열렸다. 풍물패가 앞장서 흥을 돋웠고 1987년 6월처럼 '전두환 독재정권 타도'가 적힌 전단을 나눠주는 퍼포먼스 행렬이 500m가량 이어졌다. 윤도현밴드처럼 유명 가수의 공연도 열렸다.
반면 올해는 기념퍼레이드 구간이 용두산공원~남포동 500여m로 대폭 줄었다. 기념사업회는 한 사람당 1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는 1987명의 6월항쟁기념식 시민추진위원회를 모집해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부산만 없는 '민주화운동 지원조례'
왜 지원금이 줄었을까. 부산시가 민주화운동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4년 제정돼 2015년 7월 시행된 지방재정법은 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출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다. 무분별한 민간 보조금 투입을 막기 위해서다. 자치단체가 민간에 예산을 주려면 조례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민주화 운동 기념사업 조례가 부산에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앞선 20주년 때는 특별교부금 형태의 예산을 대폭 지원했으나 올해는 지방재정법에 묶여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5·18이나 4·19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와 서울은 ▷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지원 ▷민주시민의식 고양을 위한 교육사업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수집과 정리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조례가 제정돼 있다. '보수 정치지형'인 대구와 경남도 각각 2006년 2월과 2011년 12월 민주화운동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부산과 더불어 1979년 부마민주항쟁을 이끌었던 창원시(마산구)의 행보는 더 적극적이다. 창원시와 창원시의회는 지난 1월 '민주화운동 기념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매년 10월 18일을 '부마민주항쟁 창원시 기념일'로 지정했다. 창원시는 첫 기념일인 올해 10월 부마민주항쟁 상징조형물을 설치한다. 민주화 운동 기념물 관리체계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른바 관변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은 한층 확대하는 추세다. 부산시 새마을회와 바르게살기운동부산시협의회의 법정운영비 보조는 지난해 2억3500만 원에서 올해 2억5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 보조금도 지난해 3억 원에서 올해 7억 원으로 4억 원이나 늘었다. 자유총연맹이 주도하는 호국보훈 기념사업 조례도 이미 제정된 상태다.
부산시의 해명은 이렇다. "자유총연맹이나 바르게살기운동단체는 전국 조직을 갖춘 대형 단체다. 조례 제정 요청도 적극적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민주화운동 지원 보조금도 확대하려 했으나 조례가 없어 벽에 부딪혔다. 민주항쟁기념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부산시 사회단체 보조금 매년 감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건립된 부산 민주공원을 운영하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의 연간 부산시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2011년 13억800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더니 2013년에는 7억65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올해는 예산이 10억500만 원으로 늘었다.
기념사업회 측은 "민주공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설관리비를 제외하면 학술연구사업이나 민주시민교육 등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2013년에는 예산이 대폭 삭감돼 18명이던 직원을 14명으로 줄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민간 사회단체 보조금도 매년 감소세다. 부산시는 1000여 개 사회단체와 비영리민간단체 가운데 공익활동 공모사업을 통해 한 해 200~300개 단체에 보조금을 내려보낸다. 보조금 규모는 2013년 16억6200만 원에서 ▷2014년 15억6700만 원 ▷2015년 14억4800만 원 ▷2016년 13억7500만 원 ▷2017년 12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부산시의 연간 예산은 2014년 8조4490억 원에서 올해 2017년 10조920억 원으로 늘었다. 부산민주공원 김종세 관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행정의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해몽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2006년 부산에 처음으로 행정과 민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부산시민운동센터가 설립됐다. 다른 시·도는 우리를 롤모델로 삼아 민간과 협치를 하고 있는데 부산은 오히려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광주나 서울시처럼 '시민소통국'(가칭)을 신설하고 시민사회 출신을 간부로 등용해 소통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