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이 자가당착에 빠져 개헌 서명에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민주항쟁 당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 촉구 서명운동을 방해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날린 일갈이다.
취재진은 1987년 '민주헌법쟁취 범국민운동부산본부' 상임위원이었던 문 대통령이 '개헌 서명운동은 과연 불법인가?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폭로한다'는 기고문(사진)을 1986년 4월 17일 발행된 '민주시민' 3호에 게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시민'은 부산민주시민협의회가 발행한 기관지다.
전두환 정권 퇴진과 민주주의 실현 염원이 담긴 개헌론은 1987년 6월항쟁의 핵심 기치였다. 당시 야권은 1986년까지 개헌을 끝내자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1989년 개헌하겠다고 맞섰다.
야당과 재야운동단체는 86년 10월부터 개헌을 촉구하는 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그러자 정부는 도로교통법과 경범죄 등을 적용해 완장이나 어깨띠를 착용하고 서명을 받는 인사를 처벌하려 했다.
상황이 이렇자 문 대통령은 기고문을 통해 "전두환 정권이 89년 개헌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미 자신들이 현행 헌법의 부당성을 인정한 셈"이라며 "개헌 서명에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정부는 커다란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국가에서 정치적 결단과 정책 결정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국가의 최고 통치규범인 헌법의 선택도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를 들어 정부가 서명운동을 막기 위해 근거로 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경범죄처벌법 ▷주거침입죄가 잘못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 말미에 "경찰력을 동원해 개헌 서명운동을 저지해 최소한의 법치의 틀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확실한 독재 악법을 만들어 국민의 원성을 한몸에 받는 영광(?)을 누리든지 아니면 민주화의 국민적 열망 앞에 조용히 무릎 꿇고 물러나든지 하나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 못 박았다.
서명운동에 이어 박종철 열사가 숨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어 87년 6월항쟁이 촉발됐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