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 교통정책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중앙버스전용차로(BRT·Bus rapid transit) 시행과 ▷동해선 개통 ▷도심 제한속도를 낮춰 사망사고를 줄이는 '안전속도 5030' 계획을 비롯해 '선진교통도시 부산'을 향한 밑그림이 완성된다. 정책만으로 교통흐름이 빨라지고 사고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여기에 걸맞는 운전자 의식 변화와 동참이 필수적이다. 국제신문은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와 공동기획으로 '부산교통질서 우리 함께' 시리즈를 연재한다.

- 영도 내달 시속 50㎞로 하향

-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조정

- 시, 교통안전표지 등 설치·홍보

- 부작용 점검 후 부산 전역 확대

- 인명사고 났던 기장 곰내터널

- 작년 9월 조정 후 한 건도 없어

오는 6월 1일부터 부산 영도구의 주요 도로 제한 속도가 시속 6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복안이다. 지난해 9월 유치원버스 전도 사고를 계기로 제한속도가 시속 80㎞로 70㎞로 낮춰진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에서는 지금까지 한 건의 인명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산시와 경찰은 '영도의 실험'에서 교통사고 예방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해 장기적으로 속도 하향을 부산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통안전의 시금석' 영도의 6월

부산시·부산경찰청은 영도구 전체 도로에 '안전속도 5030' 계획을 적용한다. 육지와 연결되는 일부 다리나 고가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에 제한 속도  50㎞가 적용된다. 태종로·절영로를 비롯해 7개 주요 간선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50㎞이다. 생활도로·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400여 개의 이면 도로는 시속 30㎞로 조정된다. 지난달 24일 경찰청 자문단의 현장 방문에 이어 부산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심의도 마무리된 상태다.

부산시는 안전속도 하향을 알리는 교통안전시설물도 대거 설치했다. 영도 진입부 4곳에 '안전속도 5030' 시행을 알리는 전광판과 시속 50㎞의 제한 속도가 표시된 발광형 교통안전표지 100여 개를 세웠다. 운전자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스피드 디스플레이(과속 차량의 속도 표시·경고 장치) 34개와 무인단속카메라 5대도 추가 설치했다.

■사망자 줄이기 '테스트베드'

'안전속도 5030'의 가장 큰 목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59명으로 2015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015년 4.77명에서 지난해 4.13명으로 0.64명 개선됐다. 지난해 전국 평균은 8명이었다. 사망자 감소는 중앙분리대 설치를 비롯한 교통안전시설 확대와 운전자 의식 개선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안전 운전 불이행에 따른 사고 증가이다. 지난해 부산지역 사망자의 72%인 115명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운전행태 평가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교통문화지수'는 부산이 85.29점(전국 평균인 81.38점)으로 전국 6위에 그쳤다. 신호 준수·안전띠 착용 같은 운전행태는 최하위인 16위였다. 교통시설을 개선하고 단속과 홍보를 강화해도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결국 부산시는 제한속도 하향이 교통사고 예방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최적화된 실험장소로 영도를 선택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영도에서 일어난 교통 사망사고 38건 중 보행자 사망사고는 26건으로 68%를 차지했다. 부산시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 발생률인 46.7% 보다 20% 이상 높은 수치로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곳이 영도인 것이다.

교량으로 연결된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시범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대교·영도대교·남항대교· 부산항대교로 육지와 연결되는 영도구는 전체 도로의 제한속도를 한 번에 낮추더라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왕복 2차로 이하 좁은 도로가 전체의 84.9%에 달해 하루 평균 차량 통행속도가 시속 32.8㎞에 머물고 새벽시간에도 시속 44.2㎞ 수준이어서 제한속도를 낮춰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속도 낮추면 안전이 보인다

제한속도를 낮췄을 때의 기대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경찰청의 시뮬레이션 결과 시속 10㎞를 하향했을 때 돌발 상황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은 78%나 감소했다. 사망 확률은 44%까지 떨어졌고 교통사고 1만 건당 사망자 수도 78명에서 10명으로 대폭 줄었다.

2014년 10월부터 11개월간 부산 강서구에서 이뤄진 실험도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공항로 대동사거리~명지 IC 구간을 비롯해 3개 구간의 제한속도가 시속 80㎞에서 70㎞(1개 구간은 시속 60㎞)로 낮춰지자 교통사고가 5% 가까이 감소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각각 28%와 12% 줄었다.

부산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도심부 속도 하향은 정부의 추진 방향이자 세계적 추세"라며 "영도에 시범으로 시행한 후 부산 전역으로 확대해 사망사고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도 "일부 시민의 불편이 예상되나 고귀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다"며 "시민의 관심과 운전자의 자발적인 속도 준수 노력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