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큰 역할
- 추모객들 추억 되새기며 눈시울
- 음식점 등 매출 20%이상 늘기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네요."

2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맞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일인 23일을 앞두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1일 경남 김해시와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일을 앞둔 휴일인 20, 21일 이틀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3만8000여 명의 추모객이 방문했다. 이는 전년 이맘때보다 20~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오전부터 서울이나 광주 등지에서 온 관광버스로 붐볐으며, 일반 승용차들은 마을 앞 지정 주차장과 공터까지 메운 채 길게 꼬리를 물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은 국화꽃을 든 채 숙연한 마음으로 헌화 차례를 기다리는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마을 입구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한 뜻 문재인 대통령이 이루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노무현의 이름으로 축하드립니다' 등 마을 주민과 노사모 회원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추모객들을 맞았다.

인파가 많이 몰린 데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인 문 대통령의 당선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한때 국민 사이에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정서가 크게 자리 잡았다. 문 대통령 당선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분위기가 확산되고 '마음의 빚'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국민 발길을 봉하마을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김철수(56·서울시 노원구) 씨는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승용차로 6시간을 달려왔다"며 "마음 한구석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했는데 이젠 한결 홀가분해졌다. 문 대통령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멋진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마을 상인들은 신바람이 났다. 친환경 로컬푸드매장인 '봉하 장날'은 이곳에서 재배되는 쌀을 비롯한 농산물을 사려는 관광객이 몰려 평소보다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이 가게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문 대통령의 사진을 매장에 부착해 눈길을 끌었다. 인근 봉하 둥지휴게소도 평소보다 30% 이상 방문객 수가 늘어났다.

김해시 홍성옥 총무과장은 "올해 추모일은 예년보다 훨씬 번잡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급적 추모객들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해시와 노무현재단은 추모일 당일 진영종합운동장~봉하마을 1.5㎞ 구간과 봉하센터~봉하마을 1㎞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마을 인근 공터 등을 주차장으로 확보해 추모객을 맞을 계획이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