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매한 기표 두고 해석 달라
- 선관위 참관인 간 실랑이도
선거 투·개표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교부된 투표용지와 실제 투표용지의 수가 다르거나 기표용지가 없는 사전투표용 봉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개표소마다 유·무효 투표 판단 기준도 달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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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부산 동구 개표소에서 나온 투표용지. 왼쪽과 가운데는 각각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에게 더 치우쳐 있다는 이유로 유효 처리됐다. 오른쪽 투표지는 규정대로 무효 처리됐다. |
■투표용지 가져가도 적발 안 돼
지난 9일 밤 11시50분 부산 강서체육공원 개표소에서 한 차례 소동이 발생했다. 사전투표 회송용 봉투는 총 9386개인데 그 속에 있어야 할 투표지가 1개 부족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지 않고 몰래 들고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밤 11시54분 동래중학교 개표소에서도 교부된 투표지와 실제 투표지 개수가 1개 차이 났다. 안락2동 제4투표소에서 교부된 투표지는 1754장인데 개표된 수는 1753장으로 집계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들은 선거인이 투표지를 가져간 것으로 보고 무효 처리했다.
지난 4일 오후 6시30분께 금정구 장전1동 새마을금고 사전투표소에서도 사전투표 때 교부된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가 1장이 차이 났다. 이날 이곳에서 사전투표한 관외선거인은 총 3672명이었는데 회송용 봉투는 3671개로 1개 적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고민이 많다. 특히 사전투표의 경우 선거인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빼고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넣어도 적발할 방법이 없다. CCTV를 설치하면 비밀투표를 방해할 수 있어 현실성이 없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10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작은 오류라고 무시하고 넘어가지 말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투·개표 참관인들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무효표 기준도 제각각 혼선
지난 9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 개표장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정당 참관인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선거관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호 1번과 2번 사이에 찍힌 한 투표용지를 2번의 표로 인정했다. 도장이 2번 기표란에 더 많이 물려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과 홍익당 참관인들이 "무효표 처리해야 한다"고 항의하자 선거관리위원은 "이미 결정돼 번복할 수 없다. 불만이 있다면 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 선관위의 유·무효 투표 예시에는 '2개 란에 걸쳐 기표한 투표지는 무효표로 처리한다'고 돼 있다.
잠시 후에는 기호 3번과 4번 사이에 기표가 걸친 투표용지도 나왔는데 무효 처리됐다. 참관인이 "아까 표는 유효였는데 이번에는 왜 무효냐"고 항의하자 선거관리위원들은 다시 4번 유효표로 정정했다.
취재진은 논란이 된 두 투표용지의 사진을 이날 부산진구 개성고등학교 개표장의 심사·집계부 선거 사무원에게 보여주며 "이런 표는 어떻게 처리하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2개 란에 걸쳐 있으면 어디에 더 치우쳤는지 상관없이 모두 무효처리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관위 측은 "2개 란에 걸치면 무효는 맞다"면서도 "국제여객터미널 개표장에서는 기표도장이 2개 란에 걸렸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들이 토론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한 정당 참관인은 "개표장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철욱 박호걸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