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빴던 기억들을 털어놓으니 후련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27일 오전 10시 부산 동구 성남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부산 동부경찰서가 지난 3일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나쁜 기억 지우개 학교폭력 예방 교실'이 그것이다. 동부서 여성청소년계(이하 여청계) 직원들이 직접 관내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들을 듣고 그에 대해 얘기하며 나쁜 기억들을 지운다는 취지다.
27일 오전 부산 동구 성남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교실'에서 동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이순주 경장이 학생들에게 나쁜기억 지우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
이날 수업을 진행한 4학년 2반 학생들은 동부서 여청계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나쁜 기억들을 진지하게 적어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친구들과 싸웠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도 다수였다.
"친구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머리를 때린 적이 있다", "4명에게 왕따를 당하고 어울리지 못해 힘들었다", "치약을 섞은 물을 먹으라고 강요했다", "고학년에게 준비물 살 돈을 뺏긴 적이 있다" 등 지워야 할 나쁜 기억들이 많았다.
동부서 이순주 경장은 "왕따나 친구를 놀리는 것들도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친구들을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교탁 앞 현황판에 적힌 자신들의 나쁜 기억을 지우개로 지우며 좋은 기억만 쌓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보경(여·11) 양은 "친구들의 속마음을 들으면서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반성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더욱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겠다"고 말했다.
학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동부서는 당초 프로그램을 성남초등학교에서만 진행하려 했으나 다른 학교에서도 참여 요청을 해와 관내 전 학교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4학년 2반 담임 김미영 교사는 "아이들이 상담할 때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던 것들도 이번 기회에 알게 돼 앞으로 지도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서 양명욱 경찰서장은 "학교폭력은 점차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일찍이 올바른 학교문화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부산 전 학교로 확대돼 학교폭력 없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동부서는 다음 달 11일 초량초등학교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