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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의 부산항 이야기 <67> 부산 송도 랑하도호텔(하)

해방 후 호텔주인 부친 자살로 불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4-09 19:40:3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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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기생 손자 호텔 지으려 기웃
- 6·25전쟁 때 서울맹아학교 이주
- 일본군 금은보화 묻혔다 괴소문

진주기생 곱단이가 문밖에서 울고 있던 한 고아를 데려와 키운 자식이 김 씨였다. 성은 곱단이의 애인 비단장수 김모 씨의 성을 빌렸다고 했다. 이런 인연으로 맺은 어머니 곱단이가 죽자 숱한 재산을 김 씨가 물려받았다. 때마침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이를 기회로 전투기 구입을 위한 거금을 출연해 일본정부로부터 신임과 함께 명예벼슬까지 얻었다. 가끔 나들이를 할 때면 일본경찰의 호위를 받을 정도로 위세가 등등했다. 송도 랑하도호텔에 나타날 때도 그랬다.
송도 입구 해변언덕은 전망이 좋기로 그지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혜송학교가 들어서 있다. 1929년의 부산부 명소교통도회(名所交通圖繪)의 송도부근.
드디어 해방이 되자 호텔은 적산건물이 되어 곧바로 연합군이 사용하게 될 참이었다. 주인 기미노우에는 몇 사람의 관리인과 자기 부친을 남겨놓은 채 먼저 일본으로 돌아갔다. 1945년 12월 27일 해방이 된 지 불과 4개월이 지났을까. 기미노우에의 부친은 주변의 냉대를 이기지 못하고 몰래 연료통을 뒤집어쓰고 호텔에서 자폭을 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호텔은 순식간에 불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게 됐다.

부친의 사망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급히 돌아온 기미노우에는 조그만 트렁크에 부친유해를 담아 예전의 추억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비통한 심정으로 송도를 떠났다. 폐허가 된 이 건물은 이전에 잡부로 근무했던 한 모씨에게 맡겨 400여 평의 빈터를 관리토록 했다. 이후 한 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며느리 이 씨가 대신 부지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곱단이의 손자 즉 김 씨의 아들이었다. 그는 부산시장이 허가해준 건축허가서와 설계도를 보여주며 이곳에 대규모의 호텔을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해방 이후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예전에 부친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근거로 전망 좋은 이곳 공유지에서 한몫을 보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에 뜻하지 않은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맹아학교가 부산으로 피란을 와 이곳 호텔 자리에 임시가교를 짓고 터를 잡았다. 이때가 1951년 10월이었다. 이게 계기가 돼 임시가교 주변에 20여 세대의 판잣집이 생기는 바람에 하나의 마을이 형성됐다. 이후 다시 이곳을 찾은 김 씨는 이에 분개해 경찰까지 동원시켜가면서 철거소동을 벌였으나 법원에선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행방을 감추고 말았다.

한때 부산항 적기만에 일본군이 두고 간 보물동굴을 찾는다고 떠들썩했다. 조선총독부의 고위 간부가 드나들고 밀실회의가 열렸던 이 호텔인들 어디 예외가 되었겠는가. 지하에는 분명 금은보화가 묻혀있을 것이라는 괴소문이 나돌면서 지나치는 사람마다 발길을 멈추고는 엘도라도의 꿈을 꾸었다. 해서, 최초의 관리인이었던 한 씨가 먼저 지하실을 파보았는데 사기그릇 몇 점만 나왔을 뿐 별다른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소문은 식지를 않고 한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숱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온다.

이제 송도 랑하도호텔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호텔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는 아직도 긴 여운을 남긴 채 지난날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고나 할까.

부산세관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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