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에프엔이 인수 추진
- 기존 분양자와 보상협의 차질
- 부산시 "중재권한 없다" 뒷짐

민간 사업자의 부도로 9년째 흉물로 방치 중인 황령산 스노우캐슬의 정상화가 요원하기만 하다. 새 투자자와 기존 분양자들의 보상 협의가 차질을 빚으면서 내년 재개장 목표도 차질을 빚고 있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실내스키장인 스노우캐슬은 황령산 자락인 남구 대연동 산53 일대에 2007년 8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자의 부도로 이듬해인 2008년 8월 폐장됐다.

향토기업인 대원플러스건설과 동일철강·골든블루는 2012년 10월부터 ㈜에프엔 인베스트먼트라는 법인을 만들어 스노우캐슬 인수를 추진했다. 부산시도 수차례 전문가 자문회의와 도시공원위원회를 거쳐 2015년 9월 21만6000㎡ 부지를 에프엔이 휴식공간과 레저시설로 조성할 수 있게 승인했다. 에프엔은 총 1143억 원을 투입해 키즈랜드와 루지·알파인 스키체험시설을 갖춘 산림휴양 숙박시설을 2018년까지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는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기존 스키장 사업에 일부 금액을 투자한 분양자들과의 보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실시설계 용역조차 발주하지 못한 상태다. 에프엔은 인허가 당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기존 시설 투자자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보상 가이드라인은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 수준을 따져 투자금의 최대 30%로 설정됐다. 현재 기존 분양자 147명 중 50명의 보상은 마무리됐지만 나머지 97명은 가이드라인보다 많은 보상비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에프엔 측은 "당장 보상이 끝나도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를 거쳐 착공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예측이 어렵다"며 "올해 말까지 보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재차 기존 분양자와 협상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 인허가권자인 부산시는 '민간개발사업이기 때문에 중재할 권한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부산시가 스노우캐슬을 매입해 공공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스노우캐슬은 건설사에 특혜를 줘 대규모 환경을 훼손한 사업"이라며 "지금이라도 건물·부지 전체를 매입해 자연환경을 복원하거나 친환경 공공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