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1)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13일 법원에 출석해 "내가 안고 갈 것은 안고 가겠다. 내 잘못이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 |  |
| 최순실. 연합뉴스 |
반성 모드로 전환했다가 다시 법정 공방을 전개하는 기존의 모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재판에서 최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증인으로 나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6·구속기소)에게 묻고 싶은것이 없냐"는 재판부 질문에 "저희가 이렇게 앉아서 서로 (마주)한게 국정농단의 일환으로서 국민들에 죄송하고, 저는 마음이 너무 착잡하다"고 말했다.
최 씨가 법정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꺼낸 것은 지난해 12월 19일 그의 1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처음이다. 그는 당시 재판을 끝마치며 재판부가 "오늘 처음 공판 나왔는데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해보라"고 하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앞으로 재판에서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최 씨는 재판정에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줄곧 혐의 부인했다.
최씨는 이날 재판에서 "제가 안고 갈 것은 다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적 사익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다"며 억울함도 나타냈다. 그는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는 뭐든지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결과를 빼놓고 과정만 놓고 국정농단으로 몰고가니까 억울하다"고 했다.
최 씨는 또 이날 열린 뇌물수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뇌물죄로 입증하려고 하는 것은 특별검사팀이 어거지를 씌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씨는 "삼성그룹의 승계 여부나 이런 것은 알지도 못한다"며 "헌법재판소(증인신문)에서도 말했지만, 승계작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나는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도 "(공소장에) 뇌물 혐의를 쭉 적어놨는데, 최 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하지도 않았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작성한 공소장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다루는 등 섣부른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논리도 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가 사건에 관해 예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서류·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이 지난 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주장한 것과 같은 취지다.
특검팀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장에는 범죄 일시, 장소를 기록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한 것이며 적법하다"고 맞받았다. 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