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절 사관·위안부 피해 등
- 검토본서 760건 수정·보완

- 박정희 정권 미화·친기업적 서술
- 그대로 남아있어 논란 여지
- 부산 등 전국 진보교육감 반발

교육부가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표현을 모두 허용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는 '대한민국 수립'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박정희 정권 서술도 크게 바뀌지 않아 반발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 등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최종본 발표와 관련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은 '박정희 교과서'에 불과하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용우기자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8일 공개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 수렴과 편찬심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본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교육부는 명백한 사실관계 오류가 드러난 중학교 '역사' 310건과 고교 '한국사' 450건만 수정·보완했다. 교육부는 고려시대 탐라(제주도)의 채색을 일본과 같은 색깔로 한 것과 르네상스 운동이 전개된 시기를 잘못 쓴 대목을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또 친일 반민족행위와 일본군 위안부 서술을 보완하고 제주 4·3사건을 더욱 구체적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논란이 일었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그대로 두고 박정희 시대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한 것 외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종본을 검토한 부산시교육청 측은 "수정했다고 하는 760건 중 절반 가까이는 띄어쓰기나 문단 나누기이다. 논란이 된 대한민국 건국 수립과 박정희·박근혜 정권 미화, 친기업적 서술은 그대로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일부 문장도 그대로여서 학습교재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부터 국정 교과서와 함께 사용되는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에는 '건국절 사관'을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은 '대한민국 수립' 표기를 그대로 쓰지만, 검정 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학교 '역사2'의 경우 개발 기간을 한 해 미뤄 2018년에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국정화 강행에 맞서 검정 교과서 필자 100여 명이 집필 거부를 선언하자 여론 달래기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국정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일제히 '국정교과서는 폐기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교육부가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내용이 포함된 현장 검토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최종본을 발표해 매우 유감스럽다. 국정교과서와 유사한 내용의 검정 교과서를 몇 개 더 만들겠다는 것도 결국 다수의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이어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여부는 교육감 권한인 만큼 절대 지정하지 않겠다. 또 국정교과서의 편향 부분을 바로잡는 교단지원자료 개발 작업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정교과서 최종본 추가내용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보완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 함께 사용

-집필 유의사항에 '대한민국 출범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 추가


·개항기 및 일제강점기 서술

-친일 반민족 행위의 구체적 사례(을사오적, 밀정, 동양척식주식회사 간부 등)

-수요시위 1000회 기념 평화의소녀상 건립내용

-위안부 피해자가 패전 일본군에 집단 살해당한 사실


·현대사 서술

-남북협상 이끌던 김구가 1949년 안두희에게 암살당한 내용

-제주 4·3사건의 진상이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실, 무고한 희생자와 유족 피해

-반민특위 활동에서 친일파 청산 미진했던 부분

-농촌 개발사업으로 출발한 새마을 운동이 관 주도의 의식개혁 운동으로 나아가 유신체제에 이용된 사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