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공기업이 체계적인 타당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해 세금 낭비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상 주식회사라는 이유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근거하지 않고 민간사업자와 1 대 1 협상을 통해 실시협약(계약서)을 한 경우가 수두룩했다.
부산시 감사관실은 17일 공개한 '부산교통공사 PSD(승강장 스크린도어) 특별 조사 결과'를 통해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 때문에 2010년 체결한 실시협약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감사는 2012년 12월 준공한 부산도시철도 1·2호선 10개 역사의 PSD 사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당시 부산교통공사는 PSD 설치비 372억6700만 원을 낸 투자자에게 21년9개월 동안 PSD 광고판 운영권을 줬다.
감사 결과 부산교통공사는 투자자 선정과 실시협약 체결을 부실하게 했다. 먼저 자기자본비율에 오류가 있는 A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시협약에는 출자자 지분변경 조항도 넣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고시한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르면 출자자가 5% 이상 지분을 양도할 경우 주무관청(부산교통공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실시협약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최초 민간사업자의 지분 전부가 자본잠식 상태인 B사로 넘어가면서 스크린도어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실시협약에는 금융기관 대출이자 인하에 따른 이익공유조항도 빠졌다. 감사관실에 따르면 민간사업자가 2010년 금융권에서 조달한 차입금 이자율이 2015년 크게 떨어지면서 52억 원 상당의 재무적 이익이 발생했다.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자금 재조달에 따른 이익은 주무관청과 사업자가 50 대 50으로 나눠야 한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이자율 인하에 따른 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모두 가져갔다. 이익공유 조항이 있었다면 부산교통공사가 민간사업자에게 25억 원을 받거나 PSD 광고판 운영 기간을 그만큼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도 실시협약에 없었다. 민간투자법은 매년 민간사업자의 매출 자료를 제출받아 적정 수익률 초과분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공기업이 부산교통공사와 유사하게 민간투자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감사관실 김준영 주무관은 "공사·공단이 뚜렷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민간투자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전문성도 크게 떨어졌다"며 "공기업 담당부서와 부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감사 결과가 나오자 공사·공단에 민간투자사업 실태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