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있었다면, 2016년 우리 사회는 그토록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독과점, 정경 유착, 가진 자들의 갑질, 소득과 평균수명의 비례 등 다수의 사회·경제 지표가 보여주는 극심한 불평등과 불균형…. 이런 고질적 병폐는 대안이 없어 발생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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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미래는?- 아이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내세울 최고의 대안이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나갈 희망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이미 만들어진 정답 속에서 차별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2017년은 '대안 있는 사회'의 노둣돌을 놓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부산 사하구 당리동 풀잎어린이집 원생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김성효 기자 |
돌이켜보자. 우리는 대통령과 측근, 비선 실세가 '시민의 권력'을 훔쳐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그들을 견제할 대안 세력을 만들지 못했다. 광장에 모인 국민이 촛불을 들어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칠 때도 대안이 없는 정치권은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지난해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국내 배치를 놓고도 우리는 심각한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다. 이 역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른바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설 대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원전 단지를 끼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은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났을 때, 현실로 다가온 공포에 몸서리쳤다. 그동안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매번 실패한 탓이다. 우리에게 원전을 무시해도 좋을 대안 에너지가 있었다면 '판도라' 같은 끔찍한 영화도 없었을 것이다.
고리원전 인근에 건설 비용만 2000억 원을 들여 2014년 완공하고도 아직 통수 한 번 하지 못한 해수담수화 시설은 또 어떤가. 부산시가 2년여의 고심 끝에 내놓은 대안이 '공업용수' 활용이라니, 주민은 또다시 분열하고 있다. 애초 대안 없이 출발한 사업이었다. 시는 국가 연구개발(R&D)이라는 당근에 현혹돼, 예방주사로 치료할 수 있었던 '질병'을 항생제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수준까지 방치했다.
대안을 모색해야 할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오랜 세월 지역에 고착된 불평등과 불균형에 관해 이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부산 세 집 중 한 집(33.2%, 2016년)이 1인 가구다. 홀몸 노인과 혼밥 청년에게 혈연 공동체만을 강조할 수 있을까. 역대(1991~2014년) 의안 가결률이 97.7%, '발의=통과'가 일상화된 시의회를 손 놓고 바라봐야 할까. 국내 관광객이 기억하는 부산 관광지(1순위 응답, 2014년 조사) 1위 해운대해수욕장, 2위 태종대, 3위 광안리해수욕장, 4위 누리마루 APEC하우스, 5위 광안대교. 관광객에게 "바다만 보고 가라"고 하는 게 바람직할까. 바다 외에 관광객을 유인할 대안은 없을까.
이뿐이겠는가. 부산 예술인 중 연수입이 500만 원 이하인 비율이 72.8%(2015년 조사). 1년간 부산 고교 학업중단 학생(2015년 3월~2016년 2월) 1494명, 이 중 학교 부적응 사례는 560명(39.6%). 이들에게 남들처럼 그저 평범한 길로 가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주류의 시각은 언제나 옳은가.
인식을 바꾸면 다른 길이 보인다. 하나의 '안(案)'은 단단한 나무(木)로 편안(安)하게 받쳐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 무사안일함을 깨뜨릴 때가 됐다. 국제신문은 2017년 정유년 '대안 찾기 도전'을 시작한다. 혼란이 덮쳤을 때, 미리 준비된 대안이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시민사회도 힘을 보탠다. 부산경실련은 최근 창립한 시민대안정책연구소를 올해부터 가동한다. 부산경실련 김대래(신라대 교수) 상임대표는 "부산은 경제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 무분별한 도시 개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정책, 원도심 재생 등 많은 분야에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