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연구학교에서만 시범 사용
- 내후년 국·검정 중 학교가 선택
- 차기 정권에 '폐기' 공 넘겨

- 국정화 반대 시·도교육감
- 즉각 폐기 요구·지원자료 개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적인 적용 시기가 내년 3월에서 2018년 3월로 1년간 미뤄졌다.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서 단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사용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정책이 사실상 백지화 됐다. 국정교과서의 실제 사용 여부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꿔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져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과 관련해 "내년에는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중·고교 역사교과서 적용 시기를 1년 늦추는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다시 고시하고 2018학년도에는 각 학교가 국정교과서와 새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검정교과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에 사용할 검정교과서 재주문이나 국정교과서 수요 조사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국정 교과서 채택을 반대해온 시도 교육감은 "국정 교과서 적용 시기를 1년 유예할 게 아니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학계와 교육계의 반대가 매우 강했음에도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정 교과서의 편향된 부분을 바로잡고 파행적인 역사 교육을 막기 위해 교단지원자료 개발 작업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화 연기'는 교육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청와대 게이트' 파문까지 겹쳐 교과서 국정화를 끌고 갈 동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선택한 '전면 적용 1년 연기 및 국·검정 혼용'은 '눈치 보기' 또는 '양다리 걸치기'로 해석된다. '전면 적용 연기'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희망학교 우선 사용'이라는 단서를 달아 국정화 지지론자들의 주장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연인원 7만6949명이 14만6851회에 걸쳐 교과서를 열람했고 2334명이 3807건의 의견을 제출했다. 내용 중에서는 건국절 주장이 반영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590건으로 가장 많았다. 박정희 정부 서술 대목에서는 ▷새마을 운동의 배경과 이중 곡가제 실시 사유에 대한 기술 요구가 119건 ▷박정희 정부 미화 반대가 54건 ▷5·16 군사정변을 5·16 군사쿠데타로 수정해 달라는 의견이 17건이었다.


◇ 국정역사교과서 제출 의견 주요내용

# 건국절 주장 내용을 수정 의견…총 1590건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 1157건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국강령 발표한 사실 4회 서술한 것은 1948년 건국절 제정논리 뒷받침 의도이므로 축소 서술해야 한다는 의견 281건

-1919년 '대한민국' 국호로 사용했다는 사실 적시해달라는 의견 152건


# 박정희정부 관련 의견…총 190건

-새마을운동 배경과 이중 곡가제 실시 사유에 대한 기술 요구 119건

-박정희 정부 미화 반대 54건

-5·16 군사정변을 5·16 군사쿠데타로 수정해달라는 의견 17건


※ 현장검토본 웹 공개 4주간 7만6949명·14만6851회 열람

자료/교육부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