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구입…1962년 가동 시작
- 발전소 잇단 건설로 해외 팔려

해방 직후 국내 전력사정은 거의 북한 쪽의 수력발전에 의지했다. 북한 측의 예고 없는 단전은 남한이 전력 기근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고 급기야 미 군정청은 미군용 발전함인 자코나호(출력 2만㎾)를 부산항에, 엘랙트릭호(6900㎾)는 인천항에 띄워 겨우 버텨나갈 정도였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6·25전쟁까지 덮치면서 그나마 실오라기 같은 발전시설 거의가 파괴되고 말았다. 이런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군은 부산·마산·목포·장생포·인천항에 5척의 군용 발전함을 띄워 전란 중의 어둠을 밝혔지만 어디 서민생활까지 찾아들었으랴! 이처럼 선박에 설치된 발전시설은 격변기 우리나라 전력사정이 어려울 때 비상전력 도우미 역할을 돈독히 했다.

1960년대 부산항 제4부두에서 부산전력부두발전소로 간판을 달고 부산을 비롯하여 영남지역 일대에 전력을 공급한 발전함 레지스탄스호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경제건설을 위해선 에너지산업이 필수다. 1960년 말 한국전력이 발족되면서 발전소 건설도 한층 매진을 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정부가 우선 월동전력긴급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한 것이 발전함 도입이었다. 그것도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예산인 외화 399만8000달러로 1961년 3월 14일 미국의 파브릭 서비스(Public Service)사와 출력 3만㎾급의 발전함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발전함이 장장 8년에 걸쳐 부산항 제4부두에서 국내 경제성장에 불을 지핀 레지스탄스(Resistance)호다. 미국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가동 중인 것을 구입, 인근 조선소에서 최종 점검수리를 마치고 그해 7월 26일 뉴욕항을 출발했다. 500t급의 M.모렌호에 예인돼 태평양을 건너오던 중 기상이 좋지 못해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늦은 12월 25일에 부산항 제4부두에 도착했다. 마침 때가 성탄절이라 레지스탄스호의 입항환영식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하게 장식돼 6.25전쟁 당시 피란수도에 전력을 공급했던 발전함 임피던스호(3만㎾)가 계류되었던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부산부두발전소라는 간판을 달고 벌어진 개소식은 1962년 1월 19일 오전 11시 4부두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오색찬란한 테이프로 장식이 된 발전함의 가동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방에 전력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부산항 발전함에서 전력이 본격 생산되고 있을 무렵 감천항에서는 부산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었다. 이러한 전력화사업의 첫 결실은 1964년 4월 1일부로 제한송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1969년 부산화력 제3·4호기가 완공되면서 부산지역의 전력사정은 더욱 좋아져 갔지만 보조 발전함 레지스탄스호의 가치는 점차 그 빛을 잃어만 갔다. 레지스탄스호는 1969년 1월 아직 전력수급이 자유롭지 못한 호남지방을 위해 여수항으로 뱃머리를 돌려 호남정유부두에서 발전을 시작했다. 이후 이곳마저도 전력사정이 나아지자 이 땅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외해였다. 처음에는 베트남으로 갈까 하다가 결국은 1971년 2월 3일 필리핀의 아틀라스광산회사에 157만 달러에 팔리게 됐다. 여수항에서 현지주민들의 아쉬운 배웅 속에 부산항으로 되돌아온 레지스탄스호는 1971년 3월 또 다른 둥지를 찾아 남쪽으로 향했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