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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위로 고압선…지자체·한전 지중화 비용 줄다리기

창원 학교 송전선로 논란

  •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  |   입력 : 2016-12-11 18:50:3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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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0여 명 다니는 상일초·내서중
- 15만4000V 송전선로가 바로 위
- 전자파 측정 기준 문제없다지만
- 장기간 노출 땐 백혈병 유발도
- 이설·지중화 등 대책 시급한데
- 비용 부담 입장차로 지지부진

고압 송전선로에 대한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이설 및 지중화 요구가 거세다. 최근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 위로 고압의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학교 건물 상공을 횡단하고 있는 고압선 송전선로들. 노수윤 기자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경수(김해을) 국회의원은 '학교시설 횡단, 인접 송전선로 현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학교를 횡단하는 고압 송전선이 전국에 9곳이고, 학교 50m 이내로 인접해서 지나는 송전선로는 45곳"이라고 밝혔다.

송전선로가 횡단하는 학교 9곳 중 4곳이 경남에 있다. 이 중 2곳이 바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일초등학교와 내서중학교이다. 나머지 2개 학교는 밀양시 초동면 초동초등학교와 거제시 아주동 거제고등학교다.

■학교 위를 횡단하는 송전선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등 도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경남 창원시 내서읍 상일초등학교 위를 가로지르는 고압선 송전선로를 살펴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제공
지난 9일 오후 나란히 붙어있는 상일초와 내서중학교를 찾았다. 각 학교의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하거나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고개를 들자 웃음소리가 가득한 운동장 위로 굵고 시커먼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고압 송전선로는 운동장뿐만 아니라 학교 본관과 별관, 주차장 위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들 학교는 상일초 489명, 내서중 331명 등 총 820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생활하는 곳이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 위로 지나가는 송전선로는 15만4000V의 고압선으로 보기에도 위협적이었다. 학교 위를 지나가는 송전선로의 길이가 150여 m에 이르지만 고압 송전선로가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의 학부모가 오랫동안 송전선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송전선로 문제가 대두된 후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16일 한전과 학교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전자파를 측정했다. 상일초등 내 8개소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0.05∼0.81 마이크로테슬러가 나왔다. 내서중 역시 안과 밖 17개소를 측정한 결과, 0.06∼0.92 마이크로테슬러를 기록했다.

한전은 측정 결과에 대해 "전자파 법적 기준(전기설비기술기준 제17조)은 83.3 마이크로테슬러 이하다. 측정값이 법적 기준보다 현저히 낮으며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이 밝힌 전자파 법적 기준은 단기간 노출이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토대로 마련된 것일 뿐 기준보다는 낮으나 장기간 노출로 인한 인체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2007년 6월)에 따르면 장기간 0.3∼0.4 마이크로테슬러의 자계에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의 발병률이 배 이상 증가(스웨덴 카를론스키연구소, 1987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일초에서 0.3 마이크로테슬러가 넘은 지점은 학교 본관 1∼3층 동편과 옥상 등지 6곳이고 내서중에서는 정문, 주차장, 별관 등 7곳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장시간 머무는 학교에서 이와 같은 측정값이 나온 것만으로도 지중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일초 학생들이 대부분 내서중으로 진학한다는 점에서 장기간 전자파 노출이 불가피해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고압선으로 어린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한전은 물론 교육청, 창원시 등이 나서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등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갈 길 먼 지중화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 및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자,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해결 의사를 밝히면서 시를 비롯한 한전과 협의해 실마리를 찾겠다고 천명했다.

박 교육감은 두 학교 학부모와 한전 경남지역본부, 시의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한전이 지중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고 나머지 반은 도교육청과 창원시가 반반씩 부담해 지중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하루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등은 이어 지난달 28일 '상일초등·내서중 횡단 송전선로 이설 추진을 위한 공동협의체' 구성을 위한 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운영 방안이 논의됐고 이달 중으로 공동협의체가 구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동협의체가 구성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계기관들이 해결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비용 부담문제를 놓고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창원시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비를 부담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송전선로는 1976년과 1986년에 설치됐고 두 학교는 각각 1994년과 1995년에 건립됐다. 송전선로 아래로 학교를 신축해 원인을 제공한 도교육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시의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시민들이 고충을 겪는 만큼 공동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공동협의체에 참여는 하겠으나 비용은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전도 마찬가지다. 송전선로의 지중화는 전기사업법상 요청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나, 지자체가 사업비의 50%를 내고 지중화를 요청하면 한전이 나머지 50%는 부담할 수 있지만 추가 부담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3개 기관이 공동협의체 협의를 이어가더라도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송전선로의 지중화가 실현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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