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보고회 내달 20일로 연기
부산지역 핵심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와의 융·복합 R&D(연구·개발)를 주도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산분원 설립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정부는 산업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지역 분원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R&D 조직의 구조조정을 앞세우며 부산분원 설치에 부정적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ETRI 부산분원 설립 타당성 재조사 용역' 중간보고 결과에 대해 최근 ETRI와 공동으로 이의 제기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9일 발표된 KDI의 용역 중간보고 결과, 부산분원 설립의 경제성 분석(비용/편익)은 0.495로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 분석이 '1'을 넘겨야 국책사업이 진행되지만, R&D 분야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탓에 0.8만 넘겨도 사업이 추진된다.
시는 KDI가 실시한 이번 용역이 부산에 불리하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국책 연구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KDI 등이 ETRI 부산분원 설립에 대해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용역 최종보고회를 다음 달 20일로 연기했다. 시와 ETRI가 제출한 이의 제기에 대한 재검토와 정책적 분석(AHP)을 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지만, 관련 업계는 부산분원 설립에 관한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이 반영된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부 부처에 ETRI 부산분원 설립을 강력히 요청하는 등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2001년 광주(호남권)와 2007년 대구(대경권)에 설치된 ETRI 분원에서 나타난 대전본원과의 연구 중복성, 지역 R&D 수요 빈약, 방만한 경영 등의 문제점을 부산과 비교하는 것은 수도권 중심적 시각이라는 게 시의 대응논리다.
시 관계자는 "최근 파워반도체 R&D 실증단지 구축에 관한 내년도 국비 신청액이 반영되지 않는 등 정부가 지방의 R&D 역량 강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 R&D 수요와 역량이 충분하다. 지역의 산업 체질을 개편하기 위해 ETRI 부산분원 유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