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농법인 "친환경 농업지 보존"
- 지주들 "재산권 침해 해소를"
- 김해시·경남도·주민의견 수렴
- 농림부 이달 말 최종 결정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농지(일명 '노무현 들녘')의 농업진흥지역 해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 농업진흥지역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점과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봉하쌀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봉하마을은 정부의 농업진흥지역 해제 여부를 떠나 상처만 받았다.

■ 논란의 시작, 주민 찬반 갈등

농림부는 정부 규제 개혁의 하나로 전국 농업진흥지역 8만5000㏊(해제 5만7000㏊, 변경 2만8000㏊)의 농지를 조정해 지난 6월 30일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 고향인 봉하마을 일대 농지 95.6㏊도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용역 결과 봉하마을 일대 농지가 도시계획이 수립된 도시지역이고 용도가 생산녹지 지역인 데다 공부상 경지정리가 안 된 농지로 판정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봉하마을 일대는 용역 내용과 달리 경지 정리와 수리시설이 잘 돼 있다. 이에 영농법인인 ㈜봉하마을은 재검토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31일까지 결정을 보류한 뒤 토지 소유주와 김해시 협의 및 경남도 농정심의위 심의 결과에 따라 해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결국, 주민 간 내부 갈등만 부추긴 셈이 됐다.

■ 친환경 생태농업의 전진기지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반대하는 쪽은 ㈜봉하마을 중심의 주민들이다. 이들은 농림부에 제출한 질의서를 통해 봉하마을 일대 농지가 해제 요건과 맞지 않다는 점과 국내 친환경 벼농사 핵심 단지, 국가보존묘역(노 전 대통령 묘역)을 중심으로 한 생태관광지로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하마을 일대 5개 마을에 걸친 125만 ㎡의 농경지에는 4개 작목반 170여 농가가 생태농업단지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친환경 벼농사에 집중했다. 봉하마을은 농림부 장관과 국립농산물품질원장 표창을 받았고, 2013년엔 경남도 친환경생태농업 대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봉하마을 사정을 잘 아는 농림부가 봉하마을 일대 농지를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봉하마을 김정호 대표는 "정부는 물론이고 봉하들녘이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사전에 몰랐다고 하는 김해시가 이제 와서 다른 지주들과 원만하게 합의하라고 종용하는데, 이는 너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고 따졌다.

■ 해제 보류 소식에 지주들 반발

농업진흥지역 해제 소식은 1992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이래 발이 묶였던 주민에게는 희소식이다. 최근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보류됐다는 소식에 지주 70여 명이 해제 촉구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주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봉하마을과 함께 친환경 생태농사를 짓던 지주여서 앞으로 해제 여부에 따라 봉하마을 자체가 두 동강 날 우려까지 나온다.

주민들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반기고 나선 것은 개발 기대감 때문이다. 봉화마을과 도로를 사이에 둔 본산리에는 주호일반산단과 본산농공단지에 이어 본산준공업지구 등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197명의 지주 중 66명은 다른 지역민이어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통한 지역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한 주민은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던 봉하마을 농지가 갑자기 유보됐다"며 "친환경 농업도 좋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방법은 농업진흥지역 해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진영읍사무소에서 주민간담회를 열고 농업진흥지역 해제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찬반 의견을 모아 경남도에 제출하고 도 농정심의위와 농림부의 최종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