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속업무 경찰·지자체 이원화로
- 차주 경찰 출석 등 민원도 빈발
- 변경 땐 불편해소·지방재정 증대

부산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위반 차량에 대해 범칙금 대신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외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는 세수 확보와 시민 반발을 줄이려면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진구는 국토교통부와 법제처에 이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재건의한다고 19일 밝혔다. 부산에는 서면 동천로가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있다. 전국적으로는 대구 중앙로와 서울 연세로 등 2개 지역이 더 있다.

현재는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제6조 '통행의 금지' 위반을 근거로 단속은 지자체가, 법 집행은 경찰이 하고 있다. 카메라 촬영과 신고는 부산진구, 우편물 발송과 청문 절차 및 범칙금 고지서 발부는 경찰에서 맡는다.

이렇게 하다 보니 행정력 낭비가 심각한 데다 주민 반발도 거세다. 위반 신고와 범칙금 부과 주체가 달라 범칙금 1건을 부과하려 해도 운전자가 차주와 동일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경찰 출두를 요청해야 하는 등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민원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과태료는 스티커만 발부하면 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질서 유지'를 위해 단속을 하면서 범죄행위에 부과하는 범칙금을 내도록 해 시민 거부감도 크다. 특히 벌점까지 쌓이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위반 행위와 비교해 처벌 수위가 높아 시민 정서와 안 맞는다"고 말했다.

범칙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되지만, 과태료를 부과하면 그 수입이 지자체에 배정돼 지방 재정에 도움이 된다. 1회 적발 차량에 대해서는 계고장을 보내고, 2회 이상 적발되면 교통 범칙금(승용차 4만 원, 승합차 5만 원)을 부과한다. 지난달 부산진구가 위반 차량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한 건수는 1527건. 과태료로 전환하면 연간 7억 원에서 9억 원을 지방 재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시는 지난해 7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통행금지 및 제한에 대한 단속과 집행을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통행금지 위반 때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과태료 부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렇지만 1년째 국토교통부와 법제처는 "규제가 늘어날 수 있어 어렵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차례 개선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