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803호 선상살인 사건 피의자들이 사건 당시를 재연했다.부산해양경비안전서(부산해경)는 5일 오후 3시 부산해경 부두에 정박한 방제정(450t)에서 광현803호 선상살인 피의자 V(32) 씨와 B(32) 씨 2명을 데리고 범행 당시를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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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범행을 재현하기 위해 배에 오른는 광현803호 살인 용의자들. 전민철 기자 |
세이셸군도 현지에 있는 광현803호 대신할 비슷한 구조와 규모의 어선을 빌리려 했지만, 선주들이 살인사건을 재연하는 것을 꺼리자 해경은 방제정으로 검증장소를 정했다. 원양어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한국에서 재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검증에는 한국인 항해사 이모(50) 씨와 베트남 선원 목격자 T 씨도 함께했다. 나머지 베트남 선언은 해경이 대역으로 진행했다.
당시 술에 취했던 V 씨는 범행을 자세히 기억해내지 못하고 공범인 B 씨와 목자 T 씨, 항해사 이 씨의 기억에 의존해 수갑과 포승줄로 포박당한 채 조타실과 선실에서 범행을 재연했다. 범행 직전 V 씨 등이 흉기 2자루로 지닌 채 선원들에게 선장 살인에 동참을 협박한 장면부터 재연이 시작됐다.
조타실에서 선장과 말다툼을 시작한 V 씨는 선장이 "유 하우스 고(You house go)"라는 말을 하자 본격적으로 몸싸움이 시작됐다. 선장이 몸싸움 끝에 V 씨를 바닥에 눕히고 위에 올라탔으나 그때 B 씨가 선장의 뒷머리와 상체를 흉기로 내려쳤다. 이 과정에서 V 씨는 오른손을 다쳤고 흉기를 피하려는 선장이 도망가지 못하게 끌어안았다.
선장이 바닥에 쓰러지자 B 씨는 곧바로 선실로 향해 침대에 누워있던 기관장을 흉기로 찔렀다. 칼로 옆구리를 찔린 기관장이 연거푸 "No me go home"이라고 외쳤지만, B 씨는 베트남 어로 "왜 베트남으로 보내려 하느냐"며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B 씨는 당시 자신이 흉기를 몇 번 휘둘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범행 재연은 순조로웠지만, 피의자들이 제압되는 과정을 두고서는 항해사 이 씨와 B 씨의 진술이 엇갈렸다. 이 씨는 자신이 V 씨에게서 흉기를 빼앗고 B 씨까지 연이 제압했다고 했지만, B 씨는 자신이 손을 맞붙잡은 V 씨와 이 씨에게 덤벼들어 함께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살인이 있은 직후 피의자들에게 선장을 살해한 이유를 묻자 피의자들은 "캡틴 노 굿(No good)"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재연에 동참한 뒤 이 씨는 "사건 당시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며 "그날 점심도 같이 먹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심경을 밝혔다.
부산해경은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씨의 포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는 단순히 사건을 신고한 선원으로 알려졌으나 사건 당시 베트남인 피의자로부터 흉기를 빼앗은 뒤 안전하게 빅토리아 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광현803호의 운항을 책임졌다.
한편, 해경은 지난해 광현802호에서 있은 것으로 알려진 흉기 난동사건은 선상살인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