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부산청 전국 처음 시작
- 퇴직 경찰·교원 배치 선도 호응
- 성과 좋아 시범운영 뒤 전국화
- 2012년 현직·젊은 경찰로 대체
- 실적 압박에 전문성 함양엔 소홀
- SNS 위주 소통에 공사 흐려져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본지 지난달 25일 자 6면 등 보도)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 위기에 처한 학생을 보호하고자 도입한 학교전담경찰관제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이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다.
| |  |
| 부산 해운대구 재송중에서 스쿨폴리스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하고 있다.(왼쪽), 뽀로로 분장을 한 부산 학교전담경찰이 마라톤 동호인과 손뼉맞장구를 치고 있다. 국제신문DB |
■퇴직 경찰 대신 학교로 간 젊은 경찰
경찰이 학교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5년부터다. 이전까지 '학교에서 벌어진 일은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교권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했지만, 점차 학교 폭력조직(일진회)의 횡포가 심해지면서 교사까지 안전에 위협을 느끼게 되자 학교폭력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부산경찰청은 대책으로 일선 학교에 전직 경찰관이 상주하는 '스쿨폴리스'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스쿨폴리스는 전직 교장·교감 7명과 전직 경찰 간부 7명 등 총 14명이 2인 1조를 이뤄 초중고교 7곳에 상주하며 학교 폭력 예방과 감시에 나섰다. 스쿨폴리스는 제도 시행 한 달 만에 상담 160건, 폭력사건 19건 해결 등의 성과를 내며 주목받았고, 시범 운영 3개월 뒤 전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경찰이 학교에 상주하면 학생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이름을 '배움터 지킴이'로 바꾸고 관리주체도 부산시교육청으로 변경됐다. 3일 현재 부산지역 초중고교 651곳 중 639곳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제가 도입된 것은 2012년 6월이다. 2011년 대구에서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제를 도입했다. 퇴직 경찰관을 학교에 투입했지만 세대 간 격차로 학생과 대화가 쉽지 않고, 나이 든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현직 젊은 경찰을 대거 투입한 것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 폭력 예방 교육과 피해·가해 학생의 상담, 학교 폭력서클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맡았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2012년 전국 학교폭력 검거 인원은 2만3877명이었으나 지난해 1만2495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부산의 경우 2012년 2362명에서 지난해 682명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홍보·첩보 수집으로 변질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이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은 학교 폭력이 줄면서다. 학교 폭력 발생건수가 크게 줄다 보니 폭력서클 정보 수집이나 선도보다 학생 접촉을 통한 청소년 고충 상담과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친근한 캐릭터 복장으로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을 하고, 이를 방송 등에 노출하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은 줄었지만 숫자는 오히려 늘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학교폭력이 많이 감소했으나 최근 학교 밖 청소년·아동학대 등 사회 문제가 심화돼 현재 학교폭력 예방에 한정된 학교전담경찰관 임무 범위를 확대한다"며 업무 규칙을 바꾸고 전국 학교전담경찰관을 2013년 606명, 2014년 1078명, 지난해 1138명까지 늘렸다.
치안 수요는 줄었는데 인력은 늘었으니 실적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했다. 부산의 한 경찰은 "학교 폭력 사건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보니 실적에 쫓겨 인사철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자필로 미담 사례를 써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실적을 쌓기 위해 학생에게 학교 폭력 외에 인터넷 물품 사기, 가출 청소년 범죄 등의 첩보를 수집하려 가까이 다가갔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SNS를 통해 상담을 들었다. '친한 오빠, 언니'로 접근하다 보니 경찰과 학생의 관계가 사적인 감정으로 변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경북지역에서 40대 학교전담경찰관이 알고 지내던 고교생의 소개로 만난 여고생을 성폭행했다가 적발됐다.
부산의 한 경찰 간부는 "학교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그게 안 되면 역할을 줄였어야 하는데 경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보니 악수를 두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학교전담경찰관제가 도입된 초기는 효과를 거뒀지만 청소년 치안 수요가 변하고 있는 만큼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해명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스쿨폴리스 제도 변천 과정 |
배움터 지킴이 |
|
학교전담경찰관제 |
2005년 |
도입 |
2012년 |
퇴직 경찰을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선정하고 학교 순찰과 선도, 학생 상담 등 |
내용 |
학생과 소통 가능한 젊은 경찰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임명해 학교 폭력 예방과 선도 활동, 청소년 문제 상담 등 |
시교육청 관할 |
비고 |
경찰 관할 |
|